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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이 작업방식을 발전시켰어. 총이 죄의식을 덜어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주현 2017-05-17

“죄의식이 작업방식을 발전시켰어. 총이 죄의식을 덜어줘.” 부둣가에서 회에 소주를 걸치던 두 남자의 시시껄렁한 대화가 맥락을 잡아갈 때쯤 총성이 울린다. 병갑(김희원)은 총에 맞고 쓰러진 눈앞의 상대보다 횟감의 생선 눈알이 더 징그럽다는 듯 깻잎으로 눈알을 덮어버린다. 사람 목숨이 물고기 목숨만 못한 불한당들의 세계, 불필요한 존재는 총으로 쏴버리면 그만인 불한당들의 세계지만 그 역시 단호히 처단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리는 인간들의 세상이라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말한다. 교도소 신참 현수(임시완)는 겁없이 덩치들에게 덤비다 마약밀수 조직의 2인자이자 교도소 내 ‘기준을 정하는 자’ 인재호(설경구)의 눈에 띈다. 새로 온 조폭 김성한(허준호)이 조직의 1인자인 병철(이경영)의 지시로 재호를 처리하려 할 때 도움을 주는 인물 역시 현수다. 그러나 곧 현수가 신분을 위장한 잠입 경찰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범죄영화의 공식을 교묘하게 비틀며 재미를 만든다. 이미 유명한 <무간도>(2002) 시리즈가 있고, 가깝게는 <신세계>(2012)가 있는 상황에서 변성현 감독은 제3의 길을 통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만의 개성을 쌓아간다. 영화는 충돌하는 역할 사이에서 고뇌하는 잠입 경찰의 딜레마라든가, 신분을 숨기고 계획을 감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 누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는데 크게 관심두지 않는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재호와 현수 두 남자의 마음이다. 서로의 신분을 알기에 솔직해질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고, 우정과 믿음이 생겨난다. 다만 경찰로서 더욱 복잡한 상황에 내던져지는 현수의 내면이 평면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쉽다.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삶은 생각지도 못했던 재호의 흔들리는 마음이 오히려 단순하지만 힘 있게 다가온다. 어쩌면 그것은 배우의 내공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경구는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여유롭지만 가볍지 않게 식상할 수 있는 조폭 캐릭터를 그려낸다. 사실상 영화의 분위기가 그러하다. 진한 누아르의 감성보다는 경쾌한 스타일에 기댄다. <나의 PS 파트너>(2012)를 만든 변성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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