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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⑥ 성주에서 대안의 투쟁과 연대를 만나다 -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김현수 사진 최성열 2017-05-15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 경향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의 강세다. 그중에서도 <마이 플레이스>(2013)로 주목받았던 박문칠 감독의 신작 <파란나비효과>는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성주 주민들, 특히 엄마들이 펼치는 일상에서의 투쟁상을 담고 있다. 이번 영화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그를 만나 성주군의 상황과 영화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물었다.

-영화제 기간에 성주 주민들이 직접 상영관을 찾았다.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덕분에 더욱 기뻐했겠다.

=그분들은 일단 영화제 초청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걸 잘 모른다. 이왕 경쟁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1등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동안 뭐든 상을 받아오라는 압박에 많이 시달렸는데, 이제 한시름 놓았다. (웃음)

-영화를 본 주민이나 관객 반응은 어땠나.

=분량 욕심 내면서 왜 저것밖에 안 나오느냐 따지는 분도 있고. (웃음) 일반 관객도 대부분 공감하며 눈물 흘리며 보더라. 사드(THAAD)가 배치되는 등의 최근 성주군 상황을 보면서 “영화 찍던 저때로 돌아가서 더 잘할걸” 하며 아쉬움을 표하는 주민도 있었다. 당진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사는 동네에 화력발전소가 너무 많아서 주민 반대가 끊이지 않는 터라 영화 속 상황이 남 일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인 것이다.

-영화제 출품과 개봉 시기를 대선 정국에 맞추면서 일정이 촉박했을 것 같다.

=애초 사드 배치 계획이 예정되어 있던 12월 전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모든 제작 일정을 앞당겨야 했다. 원래는 9~10월 대선 전에 개봉해 여론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초청작 중 대선과 맞물려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영화들이 많을 것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며 정세 변화와 편집 속도를 맞췄다. 속으로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조금만 늦어졌으면 하는 양가적인 마음이 들었을 정도니까. 게다가 빨리 편집을 끝내야 하는데 성주에서 계속 상황이 터지니까 카메라 들고 또 내려가서 찍고 오고.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다.

-전체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4월까지 총 9개월 정도 촬영했다. 촬영과 편집, 후반작업을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전 과정을 통틀어서 9개월 정도 걸린 게 맞다. 그 기간 내내 성주에 상주한 것은 아니고 고향집인 대구에서 출퇴근하며 찍었다.

-투쟁의 장이었던 성주까지 내려가는데 주로 카메라에 담긴 인물들이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들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카메라를 들어 내밀한 가족관계를 찍었던 전작과의 연관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주 소식을 처음 뉴스로 접하면서 화면에 잡힌 모습을 보면 서로 단합이 잘되는 등 폭발적인 움직임을 지니고 있었다. 집회장을 벗어나서 젊은 엄마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듣게 됐는데, 그들을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다뤄보면 좀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성주에 내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어떤 것이었나.

=농촌에 관한 흔한 편견인데, 가난하거나 연로한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성주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도시에서 노동자로 살다가 차라리 농사를 짓겠다며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키우는 등 귀농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SNS를 통한 정보 습득이 잘 이뤄지고, 생각의 전환이 빠른 점 등 의식이 트일 수 있는 기반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비운동권 출신이다. 혹자는 영화를 보고 ‘그들이 어디에서 운동했냐’라며 묻곤 한다던데 전혀 아니다. 평소 기질이나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동안 적절한 계기를 못 만나 표출되지 못했던 것뿐이다.

-마을 주민들이 사드를 배치하는 데 앞장선 군수와 직접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수많은 도시의 사례를 통해 정치적 견해 차이로 마을 전체가 분열되는 경우도 봤지만 성주 사람들은 다르더라.

=성주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아무리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 해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더라. 냉혹한 정치판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인상적이었다. 물론 간접적으로 갈등이 심화된 경우도 없지 않다.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다른 곳보다는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자세가 강하다.

-영화는 성주 주민들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들의 가정사까지 주목하지는 않는다.

=시간 제약 등 깊숙이 들어갈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고민은 했다. 인물들의 집안 내부 풍경이 정말 필요한가? 인물의 개인사에 분량을 할애하면 전체 투쟁 흐름을 따라가는 방향과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이와 더불어 과거의 투쟁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늘 인물 밀착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속보물을 찍어낼 때는 사건과 액션 위주로 찍을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투쟁 상황을 다룬다면 인물에 맞춰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좀더 가까운 이웃의 문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도 언급되지만 1318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단톡방 내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나. 마치 광장 문화의 스마트폰 버전 같기도 한데, 2000년대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다.

=서로 분노하고 기뻐하고 격려해주는 등 집회에서의 절절함, 순수함이 단톡방에서도 그대로 전해지더라. 주민들이 단톡방을 통해서 위안과 힘을 얻는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열기라는 게 있으니까. 성주 사람들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대처가 발빠르게 진행됐고 투쟁의 분위기를 응집시키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싶겠지만 들여다보면 큰 잠재력이다.

-개봉 이후의 계획이나 구상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지금 영화에는 지난해 말까지의 상황이 담겨 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상황이 있었고, 또 영화제가 열리는 도중에도 불안해서 성주에 한번 내려갔다 왔다. 사태의 추이를 봐서 골프장 바로 밑에 자리한 소성리라는 마을을 무대로 속편 비슷한, 후일담 같은 이야기를 담아내볼까 고민 중이다. 당장 다른 이야기를 생각할 겨를은 없고 당분간은 성주에 집중할 생각이다.

<파란나비효과>는 어떤 영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성주군 일대 주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분노한다. 모두가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생존 환경을 지키려는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규합하고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등 ‘계몽 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내밀한 가족 문제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줬던 <마이 플레이스>의 박문칠 감독은 사드 배치라는 첨예한 정치적 갈등속에서도 이를 극복해나가려는 시민들이 모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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