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이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공동대표 박양우·이춘연, 이하 전략센터) 소장은 전영문 프로듀서가 <씨네21> 1101호 ‘포커스’에 기고한 글(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에 대한 반론이라면서 ‘남 탓하지 마시라!’라는 제목의 글(<씨네21> 1103호 ‘포커스’)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최현용 소장은 전영문 프로듀서의 글에 대한 반론의 연장선에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이은, 이하 제협)를 언급하고 있다. 그가 왜 남 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간략히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최현용 소장이 주장한 “민간에서 단체간 협의 모임을 추진하는데 누구 허락받고 만들어야 하나? 영화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업은 제협이 인정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만 하나?”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제협은 지난 3월 17일 전략센터에서 “영화사업 주요 플레이어들과의 이행협약 평가 및 영화산업 재구조화 방안에 대한 협의를 목적으로 ‘라운드 테이블’ 구성을 제안”하는 ‘라운드 테이블 참여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전략센터가 이런 모임을 제안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는 차치하고라도 공문의 수신처가 CJ E&M, CJ CGV를 비롯한 메이저 극장과 배급사가 총망라된 반면 영화 단체 중에서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이하 PGK)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만 포함되어 있었고 두 단체를 제외한 어느 단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제협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제안자인 전략센터에 공문을 통해서 ‘예정된 라운드 테이블을 일단 보류하고 제협을 포함한 여러단체와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제협의 이은 회장은 PGK 안영진 대표와 고영재 한독협 대표에게도 같은 취지로 라운드 테이블은 영화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니 영화계 전체가 함께 의논토록 노력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라운드 테이블 사전 모임은 3월 23일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제협의 이러한 의사전달이 ‘강요’와 ‘공론화를 합의로 착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3월 23일 이후에 발표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성명이나 <씨네21>에 기고된 전영문 프로듀서의 글 등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전략센터가 다른 영화단체, 동료들의 우려와 충고를 숙고하여 이번 라운드 테이블 제안과 추진과정의 적절성에 대하여 재고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최현용 소장은 영화감독조합이 주장하는 연출표준계약서 논의가 중단된 점 등을 일례로 들어 “영화계는 이미 분열했다”고 선언하며 전략센터의 이번 라운드 테이블 추진에 대한 다른 단체나 동료들의 문제제기가 “공론화로 위장된 합의 종용”이라며 반감을 표하고있다. 필자는 최현용 소장이 영화계가 분열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다만 전략센터의 이익을 위한 ‘전략’을 한국영화계 전체를 위한 객관적 해결책인 양 포장하는 일은 삼가주길 바란다. 영화계는 여러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자주 있었지만, 그때마다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영화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린 훌륭한 전통이 있다. 그런 전통이 한국영화의 힘을 만들어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