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는 보컬리스트 메이어호손과 프로듀서 제이크원으로 구성된 듀오다. 이 둘이 신인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 있는 활동을 해 온 뮤지션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먼저, 메이어호손은 솔(Soul) 보컬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고, 몇장의 솔로 앨범이 있다. 디제이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제이크원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 알게 됐다. 시애틀 힙합신을 살펴보다 그가 프로듀싱한 음악을 들었다. 그렇다. 턱시도의 많은 팬이 모르고 있지만 제이크원은 원래 힙합 프로듀서였다. 때문에 턱시도의 첫 앨범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50센트, 릭로스, 스눕독, 티아이, 고스트페이스킬라의 앨범에 수록된 제이크원의 비트를 듣고 턱시도의 앨범을 연이어 들어보자. 누가 똑같은 사람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겠나.
턱시도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됐다. 여전히 펑크·디스코·댄스를 아우르며, 단번에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로 무장했다.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2nd Time Around>의 뮤직비디오다. 이 작품 역시 턱시도의 뮤직비디오가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추구한(?)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폼 잡지 않고 코믹하게 어필하면서,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것. <2nd Time Around>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핀볼 게임장을 배경으로 여러 인종의, 하나같이 매력적인 여성 댄서들이 나와 활기차게 춤을 춘다. 턱시도의 두 멤버는 핀볼 게임기 속으로 들어가 ‘소인’이 되어 능청을 떨며 노래를 부른다(물론 합성이다). 노래와 직접적인 관련은 딱히 없지만 노래의 분위기와 정서를 온전히 시각으로 구현하는 뮤직비디오다. 그 은근하고 느슨한 연결고리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