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 모든 중요한 일에는 지름길이 없을까. (심각)
건강해지는 방법은 제대로 먹고, 충분히 자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살펴 그대로 해주면 된다(그가 원하는 것이 당신과의 절연이라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대학 입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경구. ‘국영수를 기본으로 예습·복습 철저히.’ 옛 베스트셀러 제목대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테드(TED) 강의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본 내 기분이 딱 그랬다. 아는 얘기야, 또. 또! 또!!
능률이라고 부를 것이 바닥을 치는 상황이라 <딥 워크>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제는 무려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다. 이 책은 한때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의 21세기판 업데이트다. 몰두할 줄 아는 사람은 일을 능률적으로(적은 시간에 최대 효율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자기 진단은 이랬다. 1. 나는 일중독이다. 2. 그런데 일을 하기보다는 일을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3. 가능한 한 능률을 높여야 마음껏 미룬 뒤에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딥 워크>를 읽었다.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의지력에 대한 많은 책들에서 강조하다시피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고, 많이 사용하면 고갈된다”. 예컨대 다이어트와 대입 준비를 병행하기는 어렵다. 하루 종일 딥 워크를 매일 할 수는 없다.
먼저, 딥 워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외적인 영향으로 자꾸 몰입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운율적 방식’으로 시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별것 아니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고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를 온전히 낼 수 없으면, 하루에 조금씩 일을 쌓는 식이다. 딥 워크로 들어가는 의식을 만드는 것도 좋다. 장소(사무실, 작업실, ‘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와 시간, 작업방식(인터넷 금지하기, 원고 매수 채우기), 보조 수단(커피, 산책) 등이 그런 것이다.
딥 워크를 하기 위한 조언 중에는, 인터넷을 쓰지 않는 시간을 정하고 지키라는 말이 있다. 무료함을 받아들여야 산만함을 극복할 수 있고 그래야 집중하며 능률을 높일 수 있다. 번역가 김명남의 작업방식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40분 일, 20분 휴식을 반복한다. 전화든 뭐든 응하지 않는 40분의 작업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일이 잘되어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20분의 휴식이다. 휴식 시간 동안에 SNS를 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TV를 켜거나, 잠시 눕거나, 잠시 눕거나, 잠시 눕….
내가 집중해야 할 때 쓰는 방법도 이 책에서 소개된다. SNS 끊기. SNS든 인터넷 서핑이든 ‘잠깐만 한다’는 쉽지 않다. 하염없이 하든가, 아예 하지 않든가 뿐. 급하게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는 아예 켜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꼭 소셜 미디어 중독이 아니라고 해도, ‘좋아요 품앗이’(가치에 상관없이 내 말을 상대가 들어주면 나도 상대 말을 들어주는 교환 관계,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으로 표현)가 일반화된 사회적 관습이 생겨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 쓰고 보니 역시 새로울 것은 없는 집중하는 법을 탐구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일 효율은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 일을 이런 조건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회사 일이란 ‘당장 대답해야 하는’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지니까. 이 책에서 인용하는 사례에 경영자, 예술가, 프리랜서 저술가의 경우가 많은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창조적인 일을 시작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 지루함을 견딜 것,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집중할 것, 무조건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