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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어느날> 최상호 촬영감독

이윤기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가슴 속에 저마다의 생채기를 안고, 그것을 소리내어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카메라가 담아낸 그들의 뒷모습은 상처받은 이들이 겹겹의 방어막으로 무장한 얼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암시하는 듯하다. <어느날>의 촬영을 맡은 최상호 촬영감독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미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탭 중 하나다. 지난 2006년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이윤기 감독과의 협업을 시작한 최상호 촬영감독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멋진 하루>를 거쳐 <어느날>에 이르기까지 이윤기 감독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는 일상적이면서도 그 가운데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포착해야 한다. 그게 늘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가 오직 한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은 <어느날>의 촬영팀에 중요한 도전 과제였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판타지를 구현하길 원했던 이윤기 감독의 바람대로 <어느날>의 촬영팀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가 아니라 일상적인 시공간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건 강수와 미소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병원 옥상의 곳곳을 분절된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낮과 밤을 가늠할 수 없는 오묘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매직아워’에 촬영한 <어느날>의 뭇 장면들은 배우들이 감정적으로도 가장 세밀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대목이기에 기억에 남는다고. “노을 지는 옥상에서의 촬영 장면은 날씨의 좋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강수가 오열하는 장면은 강원도 정동진에서 일출 시간대에 찍었는데, 수평선에 태양이 걸쳐 있는 장면을 담을 만큼 하늘이 좋지 않더라. 그래서 촬영은 정동진에서 하되 하늘 소스는 서해 을왕리에 가서 따왔다.”

<웰컴 투 동막골>로 장편 데뷔한 뒤 <멋진 하루>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의 촬영을 맡았던 최상호 촬영감독은 장현수 감독의 <본 투 킬> 촬영팀으로 충무로에 입성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는 어떤 작품에 임하든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떠올랐던 느낌과 시작 단계에서의 촬영 컨셉을 끝까지 지켜내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 현장의 수많은 변수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베테랑 촬영감독의 노하우가 묻어나는 대답이다.

선캡

최상호 촬영감독과 함께 작업한 스탭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선캡이다. “데뷔할 때부터 부적처럼 선캡을 쓴다. 깜박 잊어버리고 선캡을 쓰지 않은 날은 왠지 불안해진다. 촬영이 잘되지 않을 것만 같고…. (웃음) 그래서 영화 고사날에도 선캡을 꼭 쓰고 나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현장에서 언제나 함께인 촬영감독의 선캡이 온전할 리 없다. “2년 주기로 새 모자를 산다. 가장 좋아하던 선캡이 단종되어 좀 아쉽긴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에도 좋은 게 많더라. (웃음)”

영화 2016 <고산자, 대동여지도> 2015 <널 기다리며>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나의 PS 파트너> 2011 <퍼펙트 게임> 2011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B 카메라 2010 <이층의 악당> 2009 <인사동 스캔들> 2008 <멋진 하루> 2007 <아들> 2006 <아주 특별한 손님> 2006 <거룩한 계보> 2005 <웰컴 투 동막골> 2000 <단적비연수> 촬영팀 1998 <실락원> 촬영팀 1996 <본 투 킬> 촬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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