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테크노 아티스트 덥파이어가 내한했을 때 일이다. 공연 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직 테크노가 대중화되지 않았다. 테크노가 더 많이 알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했다. 덥파이어는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잘하는 이벤트를 찾아가서 배워오라”면서 독일 만하임에서 열리는 타임 워프라는 페스티벌을 추천했다. 친구들은 그곳에 가서야 ‘테크노의 매력이 뭔지 알겠다’고 수긍한다고 했다. 지난 4월 1일, 독일 만하임에 다녀왔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은 한국에선 아직 안 되겠다는 헛헛함이었다. 일단 올해 타임 워프는 1만7천명가량 몰렸고 매진을 기록했다. 그런데 라인업에 대중적인 EDM 아티스트는 한명도 없었다. 전부 언더그라운드 지향 아티스트였다. 독일에선 이들만 데리고도 1만7천명 매진이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새벽 내내 놀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지쳤다며 아침에 발길을 돌리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공연의 절반은 관객이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이만한 테크노 관객이 없다.
관객이 선물해준 자금력과 분위기를 딛고 운영자들의 노하우 역시 훨훨 날았다. 태어나 그렇게 강력하고 웅장한 킥 드럼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소리가 너무 좋아 공연장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조명 연출 또한 환상적이었다.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을 갖게 했다. ‘조명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독일까지 날아간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음향과 비주얼이었다. 일등 관객과 일등 기획팀, 둘의 조화가 너무도 눈부시게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