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을 갖춘 자율 주행차는 과연 운전자에게 편리함만 안겨줄까? 2살 난 아들을 키우는 샌드라(카트리나 보든)는 남편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바로 운전자의 안전을 100% 보장해주는 자율 주행차 ‘모놀리스’다. 이 자동차는 튼튼한 차체를 갖춘 건 물론이고 외부의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인지해 해결하는 인공지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샌드라의 몇 가지 실수와 악운이 겹치면서 모놀리스는 그녀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다.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어린 아들이 모놀리스에 갇히고 만 것이다.

TV드라마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이탈리아의 이반 실베스트리니 감독이 연출한 <모놀리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감독은 (최첨단) 자동차 한대와 엄마, 아이, 그리고 사막이라는 네 가지 요소만으로 의외로 긴장 넘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엄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동차에 갇힌 아이를 꺼내려 하고, 강력한 성능의 자동차는 절대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긴장은 마지막까지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일단 허술한 CG와 전반부의 어설픈 전개도 눈에 거슬리지만 무엇보다 자동차에 홀로 갇혀 긴 시간 고통을 겪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꽤 큰 고역이다. 연출된 상황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영화의 재미를 위해 하나의 소품처럼 소모되는 유아 캐릭터의 존재는 보는 사람에게도 불쾌한 죄책감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