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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삐딱한 행동파 임금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7-04-18

이제까지 이선균은 한번도 도포 자락을 휘날린 적이 없었다. 사극 시나리오를 여러 편 받아본 적 있지만, 그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했다. 꼭 사극을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 “당장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까닭에, 그에게 사극은 “밀린 숙제” 같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다소 의아해했던 것도 그래서다. “잘나가는 젊은 친구들이 덥석 물 만한 시나리오를 왜 나한테? (웃음)” 그런 그가 사극 출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건 단지 숙제를 해내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과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가 40대가 되니 사극은 안 하면 안 되는 장르가 되었다. 무거운 이야기였다면 겁이 났을 텐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물론 사극이 처음이라 쉽진 않더라.”

그가 맡은 예종은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다. 옳다고 판단하면 용상을 벗어나 잠행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보아왔던 권위적인 조선의 왕과 사뭇 다르다. 캐릭터는 명확하지만 영화가 코믹 추리극인 까닭에 톤 앤드 매너를 정하는 게 쉽진 않았다. “추리에 방점을 찍으면 <셜록>, 코미디에 방점을 찍으면 돈키호테 같은 톤으로 가야 하니까. 추리는 이야기로 풀면 되니 이 친구(예종)는 허세나 과장된 뻔뻔함 같은 모습으로 묘사해도 되겠다, 예종과 윤이서(안재홍)의 관계도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보이면 좋겠다 싶었다.” 두 주인공이 약간 빈틈이 있는 인물로 묘사됐을 때 추리의 반전이 극대화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 나온 얘기다. 그래서 예종이 다소 삐딱해 보일 수도 있겠다. “용좌에 팔걸이가 있는데도 각을 잡고 근엄하게 앉아야 할까. 왕인데 편하게 앉을 수 있지 않나. 또, ‘야, 영의정!’이라고 호명할 수도 있지 않나. ‘사극 연기를 저 따위’로 하냐고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전통 사극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욕먹을 각오하고 시도했다.” 그간 근엄한 왕이 답답했던 사람들에게는 왕 같지 않은 왕, 예종이 시원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예종과 윤이서가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함께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무비인 까닭에 윤이서를 연기한 안재홍과의 호흡이 그에게 주어진 관건이자 과제였다. 촬영이 일찍 끝나면 안재홍과 함께 촬영장 근처의 맛집을 순례한 것도 그래서다. “내가 생각하는 대본 그대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도, (안)재홍이도, 감독님도 사극이 처음이라 초반 5회차 전까지는 여유가 없었다. 현장에서 재홍이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했는데 현장감을 살리려면 재홍이와 빨리 친해져야겠다 싶었다.” 이선균은 안재홍과 친해지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1박2일 연속으로 술을 마신적도 있다. “그날은 뭔가 개운치 않아서 감독님, 재홍이와 셋이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시다가 같이 자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촬영이 없어서) 계속 마셨다. 그날부터 뭔가 시너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인 전혜진은 남편(이선균)이 촬영 안 하고 놀러다니는 줄 알았다나.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찍었던 지난해 여름, 연이은 식도락 탓에 포동포동했던 그의 볼은 지금 쏙 들어갔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때문에 살을 빼고 있단다. <악질경찰>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약간 나쁜 경찰”이다. “안산 경찰서에서 일하는 질 나쁜 경찰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이선균에게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좋은 기억밖에 없는 영화”다. “끝나자마자 곧바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바람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했다. 서로 아끼는 마음밖에 없다. (크랭크업하는 날 울진 않았나? 라는 질문에) 뭐, 울기까진 안 했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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