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록’은 장르가 아니다. 장르라기보다는 스타일이며,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어떤 태도에 가깝다. 설명하자면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록을 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적어도 나에게 인디 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밴드는 둘 정도로 수렴된다. 그랜대디와 차르다. 인디 록이 장르가 아닌 것은 이 두 밴드의 음악만 감상해봐도명확히 알 수 있다.
인디 록 신의 지난 20여년을 되돌아보건대 신시사이저를 통해 다이내믹한 기반을 구축하고, 거기에 서정적이면서도 풍성한 스케일의 멜로디와 사운드를 쌓아올리는 것만큼은 그랜대디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이는 11년 만에 발표한 컴백 앨범 《Last Place》 (2016)에서도 마찬가지다. 《Last Place》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는 건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변함없는 기질이다. 그러나 ‘더욱 돋보이는 건’ 보편적으로 호소할 만한 이 선율을 다채로운 변주로 포장하는 재능이다. 자연스레 멜로디는 풍요로워지고, 곡의 설득력은 배가된다. 그들의 예전 명곡들, 예를 들면 <Crystal Lake> <Hewlett’s Daughter> 등을 애정했던 팬이라면 다시금 그들에게 반할 곡들이 한 무더기로 담겨져 있다. 장대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날 수 있는 <A Lost Machine>, 첫 싱글이자 그랜대디 음악의 전형이라 할 <Way We Won’t>, 신시사이저를 통한 변칙적인 전개가 백미를 형성하는 <Evermore> 등을 추천한다. ‘무엇이 변했나를 파악하기 전에 우리가 항상 먼저 귀기울여야 할 것은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랜대디의 통산 5집 《Last Place》는 변하지 않아서 참 반가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