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의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의 띠지에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나는 그냥 잘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는 엄청난(다른 수식어를 찾을 수가 없다, 홈쇼핑보다 더하다) 상찬이 실려 있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 영화기자들은 ‘김혜리처럼 쓰고 싶다는 나를 극복하는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하는데, 그 감정을 넘어서지 않고는 글을 쓰면서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할 수가 없다. 김혜리처럼 쓰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경험과 사유에 따라, 그 생김대로 살고 글을 쓸 뿐이다.
하지만 글과 사람은 늘, 쓴 사람이 원하는 것보다는 닮아있고, 읽는 사람의 기대보다는 닮지 않았다.
김혜리 기자의 기사 중 특정 표현을 외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나도 15년 전에 읽은 표현을 지금도 기억한다(<씨네21> 기사 모둠인 단행본 <영화야 미안해> 참고, 책 제목들도 어쩜 김혜리답지 않은가).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씨네21>에 연재되고 있는 ‘영화의 일기’에 실렸던 글을 다시 손봐 책으로 엮은 것으로, 이 책을 읽다 보니 <씨네21>이 얼마나 훌륭한 잡지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창간 때부터 존재한 <씨네21>의 살아 있는 화석, 김혜리의 신간을 반겨 맞는다. 부디 독자 여러분, <씨네21>과 오래오래 함께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