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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보통사람> 서성경 미술감독
이예지 사진 오계옥 2017-03-30

어두웠던 시대, 4·13 호헌조치가 내려지고 6월항쟁이 일어났던 1987년. 영화 <보통사람>은 평범한 한 경찰이 유혹에 놓이고 선택을 하게 되는 궤적을 좇는 영화다. 시대 속 가장 보통의 삶을 호출한 영화의 이면엔 서성경 미술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주인공은 픽션이지만 시대적 배경은 최대한 진실하게 보였으면 했기에 고증을 많이 신경 썼다.” 시대를 가장 근접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성진(손현주)의 집은 부산의 철거촌에 오픈 세트로 지었다. 1980년대 시대상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재개발 지역 빈 주택들의 마감재, 문짝 등을 ‘득템’했고, 지방의 장판집을 뒤져 옛날 벽지와 장판들을 찾아냈다. 성진이 일하는 경찰서와 대폿집에는 당시 유행했던 컬러인 ‘옥색’을 포인트로 사용해 친숙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단지 고증에만 충실한 것은 아니었다. 아카이빙된 당시 기사 사진들을 숱하게 찾아본 그는 “그 시대엔 세뇌시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슬로건과 표어, 포스터들이 많”았다는 점에 착안해 아이러니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슬로건 앞에서 폭력을 가하는 경찰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잡힌다면, 모순적인 시대적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경찰서에 달린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표어 아래서,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권력을 중점에 놓고, 권력이 있는 그룹과 통제를 받는 그룹의 대비도 명백하게 표현하려 했다. “성진의 공간인 경찰서에는 압수물품들이 쌓여 있고 산만하지만, 규남의 공간인 안기부는 여유롭고, 정갈한 프레임 속에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미술의 매력은 “텍스트를 비주얼로 구현하는 재미”에 있다는 서성경 미술감독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대학원에 진학했고, 조선시대의 풍속화와 영화미술을 연계한 논문을 쓰며 영화미술에 푹 빠졌다. 졸업 후 한겨레문화센터의 프로덕션 디자인 워크숍을 수강한 그는 30살에 <거북이 달린다>로 미술팀 막내를 시작했고, <암살> 미술팀장 등을 거쳐 <보통사람>으로 입봉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고, 그동안 중간에 다른 일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다시 동참하고 싶어지니 어쩔 수 없더라. (웃음) 이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남성적이고 거친 작품들을 주로 했다는 그는 앞으로는 <캐롤>(2016) 같은 감성적인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영화미술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반영해내는 것이니까. 내러티브를 비주얼로 구현하는 재미, 이건 해봐야 아는 거다. (웃음)”

스크랩북

“대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영화, 공연, 전시의 팸플릿을 모아둔 스크랩북이다. 텍스트를 비주얼로 만드는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받는데, 이 스크랩북이 쏠쏠하게 도움이 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펼쳐놓고 이런저런 비주얼들을 참고한다. 집에 연도별로 소장 중이다. (웃음)”

2017 <보통사람> 미술감독 2015 <암살> 미술팀장 2014 <제보자> 아트디렉터 2013 <집으로 가는 길> 미술팀장 2012 <남쪽으로 튀어> 미술팀장 2010 <방자전> 세트드레서 2010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미술팀 2009 <거북이 달린다>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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