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의 새 음반이 궁금했다. 이전 소속 레이블을 나와 새 둥지를 튼 후 발매한 첫 ‘정규’ 음반이기 때문이다. 여전한 건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다. 동료 힙합·알앤비 음악가들과 확연히 구별 가능한 작사 능력도 더욱 발전했다. ‘부자가 되고 싶어’라는 후렴구가 기억에 남은 곡 <나쁜 놈들>은, 사실 혼자 있을 때만큼은 외롭고 그래서 너에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놈이라는 얘기를 담고 있다. 지드래곤의 피처링으로 타이틀곡이 아님에도 음원 순위 상위에 오른 <콤플렉스>는 다양한 콤플렉스를 노래하면서 그가 나열한 열등감의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함께 읊조린다. 그의 감미로운 음악을 지지하는 팬층을 위한 곡도 있다. 두 번째 곡이자 타이틀곡인 <노래>와 일곱 번째 곡 <바람>은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하고 예민할 듯한 젊은 음악가의 대중을 향한 치트키 같다.
아쉬운 점을 말해볼까. 어떤 이들은 자이언티가 점점 더 상업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중음악가가 상업성을 생각하는 건 당연하니까. 아쉬움은 이 음반이 정규 음반임에도 모바일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서인지 짧다는 데 있다.
첫곡을 <영화관>으로 두고 마지막이자 여덟 번째 곡을 첫곡의 연주 인스트루멘털로 마무리한 건 깔끔했다. <영화관>은 자이언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의 집결체 같았다. 알 듯 모를 듯한 비유와 심상이 겹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느린 롤러코스터처럼 교차하는, 영화처럼 ‘장면’이 있는 노래. 이제 그에게 가능성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다음 음반을 기대하게 만든 곡이자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