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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이들의 발걸음을 따뜻하게 <아빠는 나의 여신>

트랜스젠더 댄서 엔젤(야스다 겐)과 그가 일하는 클럽의 스탭 마나미(스도 리사)는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에서 조촐한 뒤풀이를 하던 중 전에 없던 친밀감을 느낀다. 그날 밤 마나미는 덜컥 엔젤의 아이를 갖는다. 마나미는 홀로 딸을 낳고 사요코(후지모토 이즈미)라 이름 짓는다. 이후 생계를 위해 수명이 다해가는 작은 술집을 인수한다. ‘술집 딸’이라 놀림받으며 자란 사요코는 어머니가 부끄럽지만 마나미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다. 독립을 꿈꾸며 도쿄로 떠난 사요코가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마나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근처 트랜스젠더 바가 성업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준 상태. 가게의 위기를 눈치챈 사요코는 도움을 얻기 위해, 그때까지도 엄마의 절친이라고만 알고 있던 아버지 엔젤을 무작정 찾아간다.

젠더 문제를 가족 안에서 풀어낸 영화라 오인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공간적 배경에 공을 들인 공동체 영화에 더 가깝다. 세상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은 작은 술집 ‘사요코’를 중심으로 이곳에 머무는 외로운 이들의 발걸음을 따뜻하게 새겨넣는다. 트랜스젠더 바의 성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대세가 되는 천지개벽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진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등의 대사로 공상과 현실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 진짜 내가 되기의 어려움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젠더 문제를 보편화한 ‘자기 되기’에 관한 영화로도 보인다. 최근 단편 <짝사랑 스파이럴>로 젠더에의 관심을 이어간 하라 게이노스케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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