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 거주 중인 미국인 케이시(니콜라스 홀트)는 줄리엣(펠리시티 존스)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케이시는 줄리엣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범법 행위로 돈을 벌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둘은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케이시는 줄리엣이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병을 고칠 돈을 벌기 위해 과거 동업자를 찾아가 위험한 사건을 맡는다. 그것은 건실한 기업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약으로 돈을 버는 하겐(앤서니 홉킨스)의 마약 트럭을 탈취해 빼돌리는 것.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케이시는 곧 하겐에게 잡힌다. 돈가방이 든 차를 타고 탈출한 케이시는 줄리엣을 데리고 위험천만한 도주를 시작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달리는 영화다. 쾌속 질주하는 이 영화의 동력은 상식도, 개연성도, 고민도 없이 스펙터클을 보여주겠다는 일념 하나다. 여주인공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딱 한번만 더 범죄를 저지른다는 남주인공이라는 전형적인 클리셰로 시작해, 쾰른에서 독일 소도시들, 아우토반까지 내달린다. 악당들은 놀라울 정도로 허술해 번번이 주인공을 놓치고, 차 하나를 걸레짝으로 만들어놓으면 주인공 곁에는 새로 갈아탈 차들이 늘 중형차부터 슈퍼카까지 기종별로 대기하고 있는 마법이 이어진다. 개연성의 부재를 감안하고 받아들인다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카체이싱 신들의 스펙터클은 볼만하다.
무엇보다 눈에 익은 미국 대도시들이 아닌 독일 소도시를 누비는 카체이싱 신은 신선하다. 니콜라스 홀트와 펠리시티 존스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이렇게 전형적으로 소비한 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