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살인자고 아이들의 웃음을 앗아간다.” 프랑스의 국민가수이자 운동가인 르노의 1986년곡 <미스트랄 가니엉>의 가사 일부다. 이 곡의 제목은 1952년생인 르노의 어린 시절에 유행했던 싸구려 가루사탕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랑스인들의 추억의 ‘달고나’라고 할까. 르노는 이 사탕을 통해 프랑스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연상시키는 데 성공했고, 결국 <미스트랄 가니엉>은 자크 브렐의 <나를 떠나지 마세요>(1959), 바바라의 <검은 독수리>(1967)와 함께 프랑스인들이 애호하는 3대 가요로 남아 있다.
지난 2월1일 프랑스에서 개봉하여 한달 넘게 꾸준히 관객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안돌핀 줄리앙드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미스트랄 가니엉>은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르노 노래의 선율과 가사에 기반해 완성됐다고 한다. 줄리앙드는 희귀한 유전병을 앓았던 어린 딸을 잃은 경험을 두권의 자서전 <젖은 모래 위의 두 발걸음>(2011), <특별한 하루>(2013)를 통해 증언한 바 있고, 이중 <젖은 모래 위의 두 발걸음>은 전세계에 2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몇년 뒤, 줄리앙드는 중병을 앓고 있지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그리고 미스트랄 가니엉>을 완성했다. 촬영은 아이들의 일상을 일체의 시나리오나 지시사항 없이 따라가면서 진행했고, 편집은 이들의 생활 리듬을 충직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영화에서, 지난 2년 동안 단 한번도 소변을 본 적이 없으며 현재 신장이식수술을 기다리는 6살 소년 이마드는 “그러니까, 내 배를 열어서 새로운 신장을 넣은 다음 다시 묶는 거다. 당신들에게는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라며 부모를 안심시킨 다음 아빠와 테이블 풋볼을 하며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분명 힘든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극장을 나설 땐 마음이 무겁기보다 예전에 먹던 ‘달고나’의 단맛이 그리워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