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는 작가가 걸어온 삶의 단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3월의 북엔즈에는 자전적 면모가 두드러진 소설과 에세이가 꽂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오래된 취미를 신작 에세이를 통해 밝힌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을 현지에서 관전했던 작가의 관전기와 더불어 일본 동계 스포츠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인휘는 소설 <건너간다>에서 박해운이란 인물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민중가수 정태춘의 음악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매개가 되며 제목 역시 정태춘의 노래에서 따왔다. 전직 기자 출신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오랜 취재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기자를 주인공 삼은 범죄소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를 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80여편의 소설을 선보여온 다작 작가이지만 개인적인 생활을 담은 에세이는 5편이 전부다. 그중에서도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그의 첫 에세이. 그는 문학지 <소설보석>의 기획에 따라 ‘작품 취재’라는 명목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로 향한다. 스키점프, 스노보드, 컬링,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등 동계 스포츠 전반에 걸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애정이 드러난다.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캐릭터, 애묘 유메키치와의 유쾌하고 귀여운 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인휘는 8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정치현실을 담아낸 소설을 써왔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노동문화운동에 참여해왔고, 박영진 열사 추모 사업회에서 일했으며 한국작가회의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가 인생의 중요한 대목 대목들이 12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건너간다>에 오롯이 담겨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작해 최근의 촛불시위까지 꼼꼼히 따라가는 소설은, 민중의 삶 깊숙한 곳에서 투쟁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스웨덴 출신의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냉전 시대에 잡지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기자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소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를 썼다. 뛰어난 자료 수집 능력과 정세에 대한 통찰력을 소설에 녹여냈을 뿐 아니라 해외 특파원 생활의 실상과 애환 등을 낱낱이 드러내며 입체적인 캐릭터 알프 맛손을 완성했다. 그들의 첫 번째 소설 <로재나> 역시 흥미로운 기자 캐릭터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