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김세훈 위원장이 영진위 직원들을 상대로 해명하는 모습.
“언제든지 사퇴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사퇴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정상화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3월15일 오전, 영진위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김세훈 위원장은 3월13일로 예정됐다가 취소된 ‘비공식 간담회’에 대해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3월13일 영화인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영진위 파행 운영에 대해 책임자로서 사과하고 사퇴 일정을 밝힐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간담회는 열리기 직전 돌연 취소됐다. 해당 간담회 개최와 관련해 영화계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영화계와 소통해 영진위가 다 잘되게 하려고 한 것이고 결정된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영진위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3월16일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김세훈 위원장의 밀실행정이 일부 영화계 인사와 함께 사퇴 기한을 조율하고, 비상대책기구를 졸속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것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3월13일 영진위 미래전략본부는 각 본부장과 팀장들에게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을 이메일로 배포해 피드백을 요청했다. 영진위 지원사업 체계의 개선방향, 체계 개선에 따른 사업분류안, 비효율적인 사업의 폐지나 방식 전환 등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이었다. 노조는 “영진위의 사업계획 방식을 이렇게 쉽게 전환하고, 폐지하고, 위탁하고,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라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개선안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앞에서 언급된 김 위원장의 사퇴 발언은 ‘자신이 사퇴함으로써 영진위 개혁과 영화계 안팎에 산적한 문제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니 주어진 임기 동안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준정부기관의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