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칼 막스>(The Young Karl Marx)가 3월 초 독일에서 전격 개봉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서 선보인 이 영화를 “양극화와 국수주의로 흐르는 세계 정국에서 마르크스 정신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며 ‘테마 영화’로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콩고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프랑스, 미국, 독일에서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아이티 출신의 라울 펙이다.
<영 칼 막스>는 1843년 25살의 젊은 칼 마르크스가 파리로 망명해서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만나 우정을 쌓고, 프루동, 바쿠닌 등 당시 유럽의 쟁쟁했던 지성인들과 교류하며 거사를 도모하고, 결국 1848년 <공산당 선언>을 공동집필하는 시점까지를 다룬다. 영화는 엥겔스와 자본가인 그의 부친의 갈등, 공산주의 정치그룹간의 사상적 갈등, 그들 사이의 격렬하고 현란한 논쟁 등을 조명한다. 마르크스의 젊은 날 이야기인 만큼 부인 제니 마르크스와의 사랑과 일상, 엥겔스의 연애사도 빠질 수 없다. 이 작품에 대한 독일 언론들의 반응은 나쁘진 않지만 뜨뜻미지근하다. “이야기를 전통적 서사방식으로 이끌어가지만, 놀랍게도 재미있고 매우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도이칠란트라디오>의 호평도 있었으나,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영화가 산만하다. 아마 마르크스가 영화화에 적당한 인물이 아닌 게 이유인 것 같다”고 썼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혁명을 이야기로 전할 수 없다. 영화로는 더 어렵다. 펙의 영화는 관객에게 변증법적 유물론, 공산당 선언과 같은 공산주의 사상의 자극을 절감할 수 있게 만들려고 시도했다. 느슨하고 시민적인 보헤미안에게서 탄생했던 그 사상을 말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 작품에서는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역을 맡은 유망한 독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난다. 칼 마르크스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나치 장교 역으로 알려진 아우구스트 딜이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