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장르명을 붙이자면 ‘노이즈 팝’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 말기를. ‘노이즈’라는 수식은 그저 비평가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도리어 음반의 기조는 ‘꿈결 같은 멜로디’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관심 있다면, 신해경의 이 앨범 《나의 가역반응》을 플레이한 뒤 첫곡 <권태>만큼은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 정확히 1분40초에 터져나오는 극적인 전환을 통해 이 앨범이 지닌 장점들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노이즈 팝’이나 ‘몽환적인 선율’ 등의 표현이 보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예상하기 마련이다. “음, 멜로디보다는 분위기로 승부를 보는 음반이겠군.”
그러나 《나의 가역반응》은 좀 ‘많이’ 다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부유하는 듯한 공기 속에서도 꽤나 선명한 멜로디를 느낄 수 있고, “좀 잔잔하다” 싶으면 꽤나 강렬한 리듬이 등장하며 인상적인 순간들을 구축하는 앨범이다. 앞서 언급한 <권태> 외에도 기타 노이즈의 아름다운 잔상을 일궈낸 <몰락>, 다채로움이라는 측면에서 단연코 음반의 하이라이트라 할 <모두 주세요>,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다나에> 등 허투루 넘길 곡이 하나도 없다. 6곡이라는 개수가 그저 아쉬울 뿐.
더불어 일렉트로닉 전문 레이블 영기획에서 이렇게 기타 중심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과연, 고수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사운드의 질감과 정서 모두가 마음에 쏙 드는 음반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근 1주일 동안 내 아이팟 플레이 리스트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음에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