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미지의 존재를 탐사하던 과학자 랜다(존 굿맨)와 그의 팀 ‘모나크’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섬을 발견한다. 모나크 팀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베테랑 군인들, 종군 사진기자 위버(브리 라슨)와 길잡이를 맡은 전직 군인 콘래드(톰 히들스턴)는 미지의 섬으로 떠난다. 거대한 폭풍을 뚫고 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건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 ‘콩’이다. 무기를 장전한 헬리콥터를 벌레 잡듯 해치우는 콩의 위력에 탐사팀은 완전히 압도당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섬의 괴수들을 피해 이동한다. 한편 콩에게 부하를 잃은 군인 패커드(새뮤얼 L. 잭슨)의 분노와 욕망은 섬에 존재하는 더욱 무시무시한 존재들을 깨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콩의 ‘사이즈’다. 인공적으로 창조해낸 화력의 무기들을 무색게 하는, 압도적으로 거대한 괴수의 존재는 이 작품 속 장르적 재미의 사이즈를 키우는 데 일조한다. 베트남전이 남긴 대량의 무기가 가공되지 않은 섬의 자연에 생채기를 내고, 이러한 인간의 탐욕이 또 다른 괴수 고질라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던 보그트 로버츠는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킹콩의 서사에 21세기적 감각을 어떻게 덧입혀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인간의 탐욕과 고질라의 습격에 맞서 스컬 아일랜드를 지켜야 하는 콩의 모습은 고독한 슈퍼히어로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묘사되며, ILM과 <아바타>의 시각효과팀이 창조해낸 콩의 모습은 대사 없이도 통렬하고 비장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 정도면 꽤 근사한 리부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