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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으로 맺은 새로운 인연 <절벽 위의 트럼펫>
김수빈 2017-03-08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오이(사쿠라바 나나미)는 요양을 위해 삼촌이 사는 오키나와 섬을 찾는다. 마을에 들어오던 날, 아오이는 해안가 절벽에서 트럼펫을 부는 남자를 발견한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지오(엘조)는 바다를 보며 트럼펫을 부는 게 낙이다. 마을 곳곳에서 자꾸 마주치던 둘은 함께 산책하고 수영하고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가까워진다. 시간이 흘러, 투병과 함께 멀어졌던 아오이의 남자친구 코이치(구보타 유키)가 섬에 찾아온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해 <첫눈>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 <와스레 유키> 등 한·일 합작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한상희 감독의 작품이다. 일본의 지역 문화와 자연환경, 이방인과 현지인의 사랑 등 감독의 전작을 관통하는 테마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여기에 더해 이 영화는 장기 기증자와 환자 사이의 교감을 멜로의 주된 정서로 삼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인물간의 감정이 켜켜이 쌓이고 그 폭이 깊어지는 대신, 서로를 향한 호기심과 미스터리한 무드를 형성하는 데에서 끝나는 듯하다. 나름 반전을 만들어내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낡은 설정과 밋밋한 연출은 그 묘를 살려내지 못한다. 개연성 없는 인물과 사물의 등장, 감정 없이 텅 빈 클로즈업, 기계적인 플래시백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와 계절감을 부각시키는 화면을 통해 빈약한 서사를 메우려는 듯하지만 사연을 입지 못한 이미지들은 흩어지고 만다. 장기 기증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고 가족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결말만큼은 곱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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