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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감흥을 안겨줄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
이주현 2017-03-08

9살 소년 꾸제트(가스파르 슐라터)는 집 나간 아빠 때문에 슬픔에 젖어 살아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실수로 엄마마저 잃게 된 꾸제트는 친절한 경찰 아저씨 레이몽의 안내로 퐁텐 보육원에 보내진다. 보육원에는 제각각의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친구들이 있다. “아무도 우릴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보육원의 대장 시몽(폴린 자쿠), 부끄러울 때면 앞머리로 얼굴의 반을 가려버리는 알리스, 경찰을 싫어하는 아메드 그리고 예쁘고 당찬 까미유(시스틴 뮈라)까지 꾸제트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새 삶을 시작한다.

원작인 질 파리의 소설 <내 이름은 꾸제트>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자기 앞의 생>처럼 어린아이를 화자로 내세운 성장담이다. 질 파리의 소설에 반한 클로드 바라스 감독은 이 소설을 3년간 정성들여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다. CG애니메이션과 3D애니메이션이 도달하려는 사실성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내 이름은 꾸제트>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캐릭터 모형의 분명한 질감과 단순한 표정은 오히려 상상의 영역을 넓혀준다. 꾸제트의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아이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왁자지껄 소동이나 꿈과 희망에 대한 달콤한 메시지가 없음에도 이 작품이 큰 울림과 재미를 주는 것은 소년의 성장담을 사려깊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큰 감흥을 안겨줄 이 작품은 제40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와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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