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발굴할 수도, 만들 수도 있는 세상이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과하게 포장되고 부풀려지는 아트비즈니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과연 내 앞에 있는 저 그림이 진짜인지, 진짜인 척하는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예술을 향한 문제제기이자 결국 삶의 방향성까지 캐묻는 질문이다. 영화는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아티스트 지젤(류현경)의 흥망을 따라간다. 지젤은 재능과 자존심이 있지만, 실상은 그림을 구입한 부유한 고객의 딸에게 그림 과외를 하며 돈을 번다. 평범한 그녀의 인생은 아티스트들을 들었다놨다 할 정도로 업계에서 소문난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을 만나면서 반전된다. 소위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나는 순간, 영화는 지젤의 죽음이라는 또 한번의 카드를 꺼내든다. 본론은 지젤의 죽음 이후부터다. 재범은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지젤을 ‘요절한 천재작가’의 카테고리에 넣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주목받는다는 흥에 도취되어 자신을 파는 데 거리낌 없는 예술가, 자신의 손으로 스타를 만들 수 있다고 과만하는 재범과 주변 업계 사람들, 작품이 아니라 돈에 몰려드는 속물근성의 사람들 등 이 영화가 향하는 비판의 대상은 아트비즈니스 업계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다. 짐작할 수 있듯이, 재범의 계획은 그리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다. 농담 같은 반전의 장치를 통해, 영화는 진짜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진짜’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자 한다. 우디 앨런 방식의 전개와 풍자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톤을 활용하는데, 독특한 긴장감이 잘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