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너무 쉽게 접하고, 음악에 금세 질리기 쉬운 요즘 다시 찾아 들을만한 노래를 부르는 음악가를 만난다는 건 축복이다. 캐나다 토론토 교외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 대니얼 시저가 부르는 R&B 음악은 곳곳에 부드러운 여운이 느껴진다. 2016년 10월 발표한 최신곡이자 싱글 음반 <Get You>에 달린 익명의 댓글은 그의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을 압축한 두 단어였다. ‘부드럽고 독특하다.’(smooth and unique)
알려진 바로 그는 복음음악 가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교회와 신앙이 공기처럼 스며든 삶은 그에게 자연스러웠다. 데뷔 초기 발표한 EP 음반 《Pilgrim’s Paradise》(2015) 수록곡 <Violet> 뮤직비디오에 나온 성가대 신과 교회 시퀀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났다. 그러나 그의 터전에서 그와 또래 친구들에게 신앙이란 흔들리는 믿음이었다. 또 다른 그의 대표곡 <Death & Taxes>는 믿음에 관한 개인적인 냉소다. “현실 세계에 살고 있지만, 믿음은 잃었어요.”(I live in the real world, I’ve lost my faith) “이 삶에서 확실한 두 가지는 오직 죽음과 세금이죠.”(Only two things in this life that are sure, of that I’m sure Death and taxes) 이 노랫말은 종교를 향한 물음표가 그의 음악적 뿌리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Won’t Live Here> 같은 곡에선 2000년대 초반 아직 전자음악이 R&B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전의 아름다움, 약간 성스러운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발견’한 음악가의 신보를 기다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싱글 <Violet>부터 최근 내 트랙리스트에서 무한 반복한 <Japanese Denim>까지 이어지는 곡을 들으면 어서 그의 정규 음반을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