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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계정 모태펀드 외부 전문가 풀 명단 일부 공개
김성훈 2017-02-20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영화계정 외부 전문가 풀 명단 총 19명 중 8명이 밝혀졌다. <씨네21> 1090호 특집 기사 ‘누가 모태펀드로 정치하는가’에 보도된 대로 외부 전문가 풀은 신상한 한국벤처투자 전 상근 전문위원과 모태펀드 투자심사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외부 전문가 풀은 모태펀드가 자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출자한 출자자(정부 각 부처)로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구성한 제도다. 물론 외부 전문가 풀이 (한국벤처투자나 전문위원이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영화나 영화인을 윗선에 관리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요식 절차였을 뿐, 투자심사에 그다지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심사 과정에서 그들에게 거부권이 없었고, 그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거부했다고 해서 본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모태펀드가 상당한 정부 예산(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그래서 공정하고 올바르고 투명하게 운용되어야 한다면 외부 전문가 명단을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법안상정과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안팎에서 모태펀드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씨네21>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과 함께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풀 명단에 들어간 8명을 직접 확인과 주변 사람의 증언을 통해 찾아냈다.

“외부 전문가 풀에 속한 사람들 대부분 ‘우클릭’한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모태펀드 투자심사역 Z(<씨네21> 1090호 인터뷰 ‘‘우클릭’ 외에 선택권은 없다-모태펀드 투자심사역 Z가 말하는 모태펀드 운용 실체’ 참조할 것)가 이미 말한 대로 8명 중 상당수가 보수단체와 직간접적 연결 고리를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남정욱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남광규 고려대학교 아시아문제연구소 교수, 강규형 KBS 이사, 조형곤 EBS 이사, 오영상 변호사, 성빈 변호사, 강래형 변호사 등이 그러하다. 다만 최규학 문체부 전 기획관리실장은 문체부 재직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최규학은 2014년 10월까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블랙리스트 정책에 소극적으로 임한 최규학 기획조정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 등 문체부 실장 3명이 사직하게 압박한 혐의’ 등으로 공범으로 기재했다). 이중 최규학, 남광규 두명은 투자심사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욱 교수, 강규형 이사, 남광규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참여연대 및 경실련 등에 대항하기 위해 2002년 창립된 민간기구라고 알려져 있다. 조형곤 이사는 바른사회시민회의에 소속되진 않았으나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및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등의 자격으로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주로 교육 부문)의 패널로 참여한 적 있다.

성빈 변호사와 강래형 변호사는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행변)에 소속되어 있다. <주간경향> 1210호 표지 이야기 ‘친정부적 변호사 모임 ‘행변’을 아시나요’는 행변이 정치적 목적으로 결성된 변호사 모임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물론 강래형 변호사는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소된 이후 행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주간경향>은 행변이 조희연 교육감을 비판하고, 2014년 9월17일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의 대리기사쪽 무료 변론을 맡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일지를 살펴보면 청와대는 민변의 대응조직으로 행변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8명은 대부분 “외부 전문가 풀 명단에 이름이 들어간 건 맞지만, 외부 전문가 풀 활동을 제대로 한 적 없고, 영화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11명은 영화나 문화와 관계없는 변호사, 사회학과·행정학과 교수 등 8명과 영화·문화계 3명을 합친 숫자다. <씨네21>은 이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했다. 외부 전문가 풀 관련 의혹을 두고 정의당 국정조사단장 김종대 의원은 “보수와 진보 모두 문화·예술에 공헌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그랬듯이 문화·예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체나 인사가 어떤 편향된 흐름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검열 행위로 보인다. 즉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반목이 아니라 반문화가 문화를 잠식하는 구시대적 회귀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모태펀드 기사 ‘누가 모태펀드로 정치하는가’가 나간 뒤 문체부 내부에서 “언론에서 문제라고 지적했으니 모태펀드 전 계정의 외부 전문가 풀을 폐지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김종대 의원은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외부 전문가의 편향성과 비전문성인데 이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라 보여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