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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전거에 새겨진 두 마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김수빈 2017-01-25

윤혁은 아마추어 보디빌더이자 체육 교사를 꿈꾸는 26살 청년이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온 윤혁은 어느 날 희귀 육종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2년 반동안 항암 치료를 이어가던 그는 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랜스 암스트롱의 전기를 읽고 투르 드 프랑스 완주의 꿈을 품는다. 우여곡절 끝에 라이딩 파트너, 팀 닥터, 현지 코디네이터 등으로 팀이 꾸려진다. 그가 달릴 코스는 서울과 부산을 8번 오가는 거리인 3500km. 윤혁은 자전거에 ‘암환자를 위해’(for cancer patients), ‘희망’(希望)이란 두 마디를 새기고 49일간의 여정에 오른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은 한 청년이 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암 환자가 주인공이지만 드라마틱한 투병기와는 거리가 멀다. 러닝타임 대부분이 라이딩 일정에 할애되는데 그 안에는 공동체가 일을 함께 수행할 때 보편적으로 맞닥뜨리는 난관과 문제 해결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인상적인 것은 흔들림 없는 주인공의 태도다. 그는 사기를 꺾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말들을 단호히 밀어내고, 선수 뺨치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묵묵히 코스를 소화한다. 영화 말미, 카메라는 불안한 주인공의 내면을 언뜻 언뜻 비추고 투르 여정 후 급격히 쇠약해진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이르지만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도 기억에 남는 건 인물의 서글서글한 눈매와 이를 악물고 오르막길을 오르던 모습들이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연주한 <슬픔의 피에스타>는 피레네, 알프스 등 프랑스 산악 지방의 풍광과 어우러져 이들의 여정에 몰입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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