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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 <사랑의 시대>
이예지 2017-01-25

건축학 교수 에릭(울리히 톰센)과 아나운서 안나(트린 디어홈) 부부는 딸 프레아(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와 함께 상속받은 대저택에서 살게 된다. 평소 공동체 생활에 동경을 품고 있던 안나는 넓은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자고 에릭을 설득한다. 부부는 자유분방한 친구 올레를 시작으로 간단한 입소 테스트를 거쳐 동거인들을 들이고, 금세 대인원이 된 그들은 규칙을 만들어 식사와 청소를 하고 파티를 하는 등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매력적인 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드 뉴먼)와 사랑에 빠진 에릭은 엠마와 함께 살겠다며 집을 나간다. 안나는 에릭을 설득해 엠마와 함께 그들의 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이어갈 것을 제안한다.

에릭과 엠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엠마도 그들 사이에 녹아들지만 연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된 안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더 헌트>(2012)로 마을 공동체의 두 얼굴을 통렬하게 묘사했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작품으로, 공동체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빈터베르그 감독은 대안가족의 한 형태로 공동체 생활을 소재로 선택하며, 초반부 공동체 생활에 대하여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피상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의 시대>는 전형적인 남녀의 삼각관계에 매몰되며 그 속에서 소외된 이가 파멸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는 공동체 생활과 폴리아모리(다자간의 사랑)에 대한 지독한 회의이기도 하다.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우리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는 안나의 실험은 도발적이고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랑의 권력관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소외된 이의 도전은 철저한 실패와 자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독점적인 사랑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라는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낭만을 뻔한 삼각관계 속 파국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전형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에릭에 대한 사랑과 일말의 기대감을 놓지 못하고 피폐해지는 안나를 연기한 트린디어홈의 처절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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