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22일 미국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하던 중 암살당한다. 그 자리에는 영부인인 재클린 케네디도 함께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남편의 죽음을 목격할 때의 충격은 어떤 것에 비견될 수 있을까. 영화는 사건 이후 백악관을 떠난 재키가 저택에서 가진 저널과의 인터뷰 장면에서 시작한다. 재키(내털리 포트먼)를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빌리 크루덥)가 방문한다. 재키의 진술과 기억을 통해 현재와 과거 플래시백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영화는 사건을 전후한 시기, 61년에서 63년 사이의 2~3년간의 기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지점은 철저한 고증이다. 먼저 언급할 것은 의상이다. 백악관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재클린이 입었던 붉은옷과 사건 발생 당시의 진분홍 치마 정장과 모자, 장례식 행진에서의 검은 옷과 얼굴을 가린 베일 등 실제 재클린 캐네디가 착용했던 디자인과 질감을 의상에 그대로 반영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재클린 케네디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사해낸 내털리 포트먼의 연기다. 포트먼은 재클린을 연기하기 위해 억양뿐만 아니라, 말할 때 어디에서 어떻게 숨 쉬는지까지 연구했다. 시대에 대한 반영도 눈에 띈다. 케네디가 미국 TV 정치시대를 연 대통령이라고 언급되는 만큼 흑백 TV 화면의 질감과 분위기를 반영한 영화 속 TV 화면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영화는 재클린 케네디의 외면이나 이미지를 따라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를 연출의도로 밝힌 영화가 겉보기를 넘어서 재클린 케네디가 누구인가를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클로즈업된 재클린의 얼굴에 상당 부분 기대는데 이때 얼굴은 불안함과 정적, 섬뜩함을 오간다. 그러나 클로즈업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그녀의 얼굴을 담으려 한다기보다는 그녀에게 어떤 표현을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 <더 클럽> 등의 작품으로 국제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칠레 감독 파블로 라라인이 연출했으며, <블랙스완>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