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 안다. 하지만 막상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자 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기에 오랜 관심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의 기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라 답하겠다. 국내에도 좋은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고 육성하겠다는 취지의 시나리오 공모전들이 꽤 있다. 다만 아쉬운 건 대개 시나리오와 소재를 찾아내는 데 방점을 찍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다소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2010년부터 신인 스토리텔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CJ문화재단의 프로젝트S는 바로 이러한 필요에 의해 첫발을 내딛었다. 올해 8번째로 신인 스토리텔러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S는 ‘좋은 영화는 좋은 스토리에서 시작한다’는 소박한 믿음을 하나씩 현실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프로젝트S는 2010년에 첫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총 83편, 84명의 창작자를 발굴, 육성했다. 이미 영화화된 성과들을 살펴보면 2010년 선정된 <나의 PS 파트너>와 <마이 리틀 히어로>는 이미 영화로 제작되었고 2012년 선정작 <해빙>과 <눈발>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CJ문화재단이 발굴한 극영화 64편 중 총 17편이 제작사와 계약을 완료하고 제작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여타 시나리오 공모전과 비교해봐도 놀라운 성과라 할 만하다. 그 밖에 웹툰 플랫폼에 진출한 <2호선 세입자> <리프레인 러브> 등은 영화 시나리오에 국한되지 않은 ‘스토리텔링’ 공모의 장점을 살린 사례라 할 수 있다.
소재 발굴보다 이야기 개발과 육성에 방점
프로젝트S가 여타 시나리오 공모전과 변별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발성 소재의 발굴이 아니라 이야기의 개발과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를 요구하는 여타 공모와 달리 프로젝트S는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기획구성안)으로 지원을 받는다. 선정된 트리트먼트들을 가지고 현업 PD로 활약 중인 멘토들과 함께 본격적인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소 5개월가량에 걸친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신인 작가들은 업계의 분위기와 기획, 제작에 필요한 감각까지 함께 익혀 좀더 넓고 실용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프로젝트S의 두 번째 특징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야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는 사람, 즉 스토리텔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개발과 창작자 역량을 향상시키는 부분까지 포함하여 작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을 하는,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작가 육성인 셈이다.
프로젝트S 기간이 끝나도 유지되는 인적 네트워크는 또 다른 강점이다. 프로젝트S 담당자 김모란 대리는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인 작가들이 업계에 발을 붙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사 선정작이 당장 영화화가 되지 않더라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S팀도 공모에 당선된 신인 작가들의 지속적인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축적되는 경험과 인적 자원들을 통해 그야말로 스토리텔러의 저변을 넓혀가는, 한국영화의 기초체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인 셈이다. 올해부터는 극영화 지원 대상의 기준을 개봉된 장편영화 중 메인 크레딧 1개 이하 보유자까지 확대함은 물론 기존의 10명 내외였던 선정자를 대폭 늘려 20여명에 이르는 신인 스토리텔러를 뽑을 계획이다. 특히 프로젝트S 작품 중 영화화 가능성이 높은 우수 시나리오를 추가로 선정하여 CJ E&M의 신인 작가 지원프로그램 오펜(O’PEN)과 연계, 트레일러를 미리 만들어볼 수 있는 영상화 작업지원 및 피칭 기회를 제공한다.
2월28일 접수마감
오는 2월1일부터 28일 오후 2시까지 CJ azit 홈페이지(www.cjazit.org)를 통해 접수받으며 1차 서류 발표, 2차 인터뷰 심사를 거쳐 3월29일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선정된 작가들은 이후 멘토들과의 시나리오 개발을 거쳐 9월12일까지 시나리오 초고를 제출하는 일정이다. 참가 규정은 CJ azit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홍보를 위한 수사가 아니다. 역량 있는 신인 작가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무대가 여기 마련되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당신, 주저 말고 도전하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만든다
김모란 CJ문화재단 대리
-2010년부터 프로젝트S를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영화 제작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엔 짧은 시간이다. 지금에야 성과들이 서서히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극영화 개봉작들도 있고 다큐 부문에서는 해외영화제 수상 등 비교적 뚜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당장의 개발보다는 재능 있는 작가의 육성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점점 가속도가 붙을 거라 생각한다.
-심사 기준이 무엇인가. 지원자들에게 간단한 팁을 하나 알려준다면.
=심사위원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다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것이 영화화 가능성이라고 본다.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많지만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보다는 감각, 전체를 보는 시야 등을 더 중시하게 된다. 상업영화로서 실현 가능한 상상력, 실행 감각, 흐름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뽑히는 게 다가 아니라 이후 5개월에 걸쳐 본격적인 개발을 해야 한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건 멘토가 되는 PD와의 호흡이다. 초기에는 양쪽을 매칭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일종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는 거다. 사랑의 작대기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웃음) 서로의 필요와 성향을 파악하고 최대한 잘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쨌든 창작자 중심이기 때문에 재능을 십분 발휘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8회까지 프로젝트S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작품을 선정한 뒤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지원을 하고 싶다. 간혹 작가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업계를 떠날 때가 제일 안타깝다. 궁극적으로, 재능 있는 작가가 먹고사는 문제로 예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