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게이스케의 장편 미스터리 소설 <암살자닷컴>에서 청부살인업은 어엿한 서비스직의 하나로 분류된다. ‘조직’이라 불리는 청부살인전문회사는 ‘암살자닷컴’이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살인이란 서비스를 사고판다. “뒤가 구린 악당들”만 처단한다는 신조를 가진 회사는 의뢰의 정당성을 판가름한 후 사이트를 통해 킬러를 공개 입찰한다.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암살자닷컴을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킬러가 될 수 있다.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가 일을 맡는다. 일단 맡은 일은 무를 수도 없고 실패해서도 안 된다. 만약 낙찰된 일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무시무시한 행동대원들에 의해 죽음이란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다른 직업에 비해 특별한 건 높은 수익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점, 개인의 적성과 능력이 조금 더 중시되는 일이라는 점뿐이다.
<암살자닷컴> 속 청부살인업자들은 서늘한 눈빛, 군더더기 없이 일을 처리하는 동작 등이 대변하는 일반적인 킬러의 모습과 인상을 달리한다. 가정과 회사에서 무능력하다고 멸시받던 형사는 아들의 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총을 쥔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중년 여성은 남편의 실직으로 빚더미에 오르자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청부살인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경쟁자들과 수임료 경쟁을 하며 전전긍긍하고, 어렵게 번 돈으로 외식 한끼 하는 것에 생활의 낙을 두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주인공이다. ‘승천 시장’이란 쇼핑몰에서 각종 총과 칼, 끌 같은 살인 도구를 거래한다거나 입찰을 두고 경쟁하다 자판을 잘못 눌러 단돈 100원에 살인을 떠맡게 되는 등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무자비한 폭력의 세계를 무감하게 묘사하는 대목에선 하드보일드 소설 특유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암살자닷컴’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네명의 독립적인 킬러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마지막에서 이야기간 고리를 만들어내며 미스터리 소설로 반전의 묘를 선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살인이란 서비스를 사고팝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사무적으로 얼른 처리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머릿속을 비운 다음 사전에 몇번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나토가와씨는 손과 다리를 살짝 움직였을 뿐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실행하기 전에는 내장까지 몽땅 토할 듯 긴장했는데 막상 끝내고 보니 맥이 풀릴 만큼 허망했다. 하지만 병원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탄 순간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어서 도망쳐야 한다는 걸 알지만 시동을 걸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앞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달이 흔들렸다. 눈물이 흘렀다.(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