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북엔즈에 꽂힌 네권의 책은 베일에 싸인 세계를 드러내는 책들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암살자닷컴>은 청부살인을 직업으로 삼은 네명의 킬러와 그들의 세계가 작동하는 은밀한 방식을 밝힌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유명 소설가가 그동안 거짓으로 꾸며온 자신의 진짜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들여다보며 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파헤친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과격화돼가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암살자닷컴>은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소네 게이스케의 신작이다. ‘살인’이란 서비스를 사고파는 가상의 인터넷 사이트를 배경으로 청부살인업자들의 의뭉스런 생활과 그 이면을 그려내고 있다. 반인륜적 행위로 끼니를 이어나가지만 보통의 생활인과 다를 바 없이 소박한 희망을 품고 사는 이들의 모습은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일본호러소설대상, 에도가와 란포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독특한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의 저력을 인정받았다.
영국 작가 다이앤 세터필드의 장편소설 <열세 번째 이야기>는 발표 10주년을 맞아 번역가와 편집자의 손길을 거쳐 전면개정판으로 나왔다. 금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소설가 비다 윈터가 자신의 인생에 얽힌 비밀을 고백하며 전개되는 고딕 미스터리 소설이다. 앤젤필드 가문과 그의 저택, 가문을 사랑했던 이들의 사연이 과거와 현재, 다양한 시점을 오가며 풍성하게 펼쳐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독서술, 독서론, 논픽션 저작들로 유명한 일본의 탐사 저널리스트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제목 그대로 그의 서재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그가 천착해온 학문의 영역과 다양한 연구 경험을 나누는 책이다. 검은 외관에 2층 높이의 거대한 고양이 그림이 새겨진 ‘고양이 빌딩’은 그의 개인 도서관으로, 20만권의 장서가 소장돼 있다.
사회학자 엄기호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혐오와 리셋의 열망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한다. 전작들에서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부하는 ‘공부중독의 사회’와, 관계가 단절된 사회에서 개인이 내면을 단속하는 ‘단속 사회’를 짚어낸 바 있는 저자는 이번에도 사회를 향해 남다른 통찰력을 발휘한다. 뼈저린 공감으로 시작한 문장은 맹목적인 혐오와 리셋의 감정을 넘어 다음 시대를 향한 희망의 문장으로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