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게임 원작 영화계의 개노답 삼형제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킹 오브 파이터> 그리고 <DOA>와 <모탈 컴뱃>
3대 대전액션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유명세에 힘입어 영화화됐으나 모두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스트리트 파이터>(1994)는 액션명작 <다이하드>(1988)의 시나리오작가였던 스티븐 드 수자의 괴작. 류와 켄은 어디 가고 왜 가일이 주인공인가 의문이 드는데 그를 연기한 주연 장 클로드 반담이 서양인이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의 전설>(2009)은 류와 켄이 출연조차 하지 않는다. 장 클로드 반담은 싸움이라도 잘했지…. 풍덕륜, 홍금보, 원표 등 꽤 많은 스타가 출연한 홍콩판 <철권>(2001)은 유전공학SF와 결합한 홍콩 액션영화라 치면 나쁘지만은 않다. 심각한 것은 개봉조차 못한 할리우드판 <철권>(2010)이다(중국과 아일랜드 혼혈이라니… 나의 카자마 진은 이렇지 않아!). 인종 세탁과 캐릭터 붕괴 등 컨셉만 가져온 오리지널 필름과 다름없다. 앞선 두편만도 못한 <킹 오브 파이터>(2010)는 세계관과 코스튬을 따라하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 쿄는 숀 패리스가(!), 이오리는 윌 윤 리가, 마이는 매기 큐가 연기하는데 심지어 이오리와 마이는 연인이라는 설정. 이름이 불리는 신이 없다면 누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 기대치가 바닥으로 떨어져서인지 그나마 섹시 여성 캐릭터 중심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영화로 만든 <DOA>(2006)와 잔인한 기술로 주목받은 <모탈 컴뱃>(1995)은 원작의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한 것만으로 앞선 영화들보다는 나아 보인다.
영화화된 게 호러인 호러게임들
<사일런트 힐>은 빼고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어론 인 더 다크> <푸른 귀신> <령: 저주받은 사진>
비주얼과 사운드 중심의 호러게임은 영화화도 무난한 편이다. <사일런트 힐>(2006)은 섬세한 시나리오,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음향으로 사일런트 힐의 무드를 탁월하게 재현했다. 히어로급 게임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평범한 주인공의 두려움에 유저가 감정이입하도록 하는 것이 게임의 강점이었는데 그 덕에 영화 주인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는 것도 성공에 한몫했다. 그러나 전설의 시작. 우베 볼의 <하우스 오브 더 데드>(2003)는 스토리 전개 중 마구잡이로 난입하는 게임 장면, ‘괴랄한’노출 신, 액션스타급으로 움직이는 좀비떼 등 게임은 1분도 플레이해보지 않은 것 같은 개성 있는 연출이 출렁인 괴작이었다. 고전게임 <어둠 속에 나 홀로> 시리즈가 원작인 그의 또 다른 작품 <어론 인 더 다크>(2005)는 원작과 무관한 호러 액션과 캐릭터로 꽉 채워져 욕을 먹었다. 우베 볼이 프로듀싱한 후속작 <어론 인 더 다크2: 마녀 사냥꾼>(2008)도 있지만 언급하기 싫다. 한편 괴물 ‘아오오니’로부터 탈출하는 게임 <아오오니>를 영화화한 <푸른 귀신>(2014)에선 메인 캐릭터인 아오오니의 출연분이 지나치게 적어 실망이 컸다. 카메라 ‘사영기’로 혼령을 잡는 게임인 <령: 제로>가 원작인 <령: 저주받은 사진>(2014)도 정작 사영기 활용빈도는 제로에 가깝다.
애정필터 장착하고 보면 꽤 괜찮아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망작의 늪에서 살아남은 게임도 있다. <툼레이더>(2001)는 부실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액션과 지성을 무기로 갖춘 라라 크로프트의 캐릭터 구현에 최선을 다해 호평을 얻었다. 물론 라라를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공이 팔할. 좀비호러게임 <바이오하자드>가 원작인 <레지던트 이블>(2001)은 현란한 시각효과와 하드코어액션이 만족스러웠다. 앨리스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불완전한 기억 설정은 전개를 궁금하게 만든 효과적인 아이템! 유비소프트판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를 영화화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는 공들인 액션 연출과 디즈니 스타일의 스크루볼 코미디, 제이크 질렌홀이 연기한 주인공 다스탄의 매력으로 선방한 경우다. 제작 당시, 게임 원작 영화 중에서도 최고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었으나 간신히 본전만 건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은 방대한 세계관을 압축하려다 보니 조금 심심해진 구석이 있지만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와 에피소드를 충실히 반영해 게임 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신빙성은 없지만 후속편은 중국에서만 개봉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서막을 올린 김에 후속편도 제~발~.
이건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아니여~
전설적인 1인칭 슈팅게임 <둠> 시리즈를 영화화한 <둠>(2005)은 고전 호러영화들을 참조하는 등 나름 노력했으나 상상력에 비해 자본의 뒷받침이 허술했던 탓에 B급 저예산 SF에 머무르고 말았다. 원작 오마주인 듯한 1인칭 액션 장면은 스펙터클 하지도 않고 고어 묘사마저 원작의 16비트 게임 이미지만 못하다. 시원시원한 총격 액션과 비운의 드라마가 결합한 <맥스 페인>(2008)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럭저럭 계승했음에도 원작에서 효과적으로 써먹은 고속촬영 모드를 뜬금포 슬로모션으로 남발하는 바람에 지루해져버렸다. 액션게임 <히트맨> 시리즈도 동명 영화로 재탄생 했다. 영화 <히트맨>(2007)에서 암살자 에이전트 47의 비주얼이 다소 순하게 변한 것까진 무시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폭력 묘사의 약화(쓸데없는 러브라인도 집어치워!). 원작에선 각종 무기를 활용해 타깃을 암살하는 재미를 즐겼지만 사람을 다양하게 죽이는 맛(?)을 묘사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조금 곤란했던 모양이다.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2014)는 동명 영화가 제작비의 3배 이상 흥행 수익을 내며 성공했다. 스턴트 배우 출신인 감독 스콧 워가 야심차게 연출한 슈퍼카들의 질주를 관전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야기의 가지도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다만 앙상하게 말라버렸다는 인상을 주는 건 영화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에만 주목했기 때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