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어느 날 잠에서 깬 후 자신의 몸이 남자로 바뀐 걸 알게 된다. 같은 시간,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가미키 류노스케) 역시 이 기이한 상황을 겪고 있다. 서로에게 이어진 끈을 알게 된 둘은, 둘만의 규칙을 정하고 점차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서로 몸이 바뀌었지만 직접 대면할 이유도, 방법도 없는 두 사람. <너의 이름은.>은 이렇게 얄궂은 운명에 처한 둘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상황을 통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거기에는 한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의 끔찍한 참사였던 대화재를 되돌리려는 열망과 바람, 기적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과학으로 설명할 길 없는 일본 전통문화와 사춘기 소년, 소녀의 판타지를 결부시킴으로써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의 집단의 기억을 치유하는 희망의 노래를 들려준다. 미츠하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꼬이고, 엉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란 이야기는 거대한 우주의 시간에 대한 가르침이자 위로다. 참사를 재난영화로 소비할 경우에 사회구조적 모순을 짚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이 영화는 무너져내리는 세상을 향한 순수한 기도문에 가까워 맑고 정갈하다. 일본에서 15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역대 박스오피스 4위 기록을 세우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수식을 안긴 작품. 신카이 마코토의 섬세한 작화 스타일과 제작사 도호가 뒷받침한 기획력이 시너지를 낸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을 이어준 실과 열망이 가득 담긴 주제가가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