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출간일 기준으로 신년호를 만들었지만, 2016년의 마지막날을 3일여 앞둔 지금이야말로 진짜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송년/신년호를 만드는 느낌이다. 일단 이번호 특집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벌어진 영화계의 각종 외압과 비리의 기록이다. 김성훈 기자가 ‘박근혜 정권의 극장 정치’ 취재를 위해 크리스마스 휴일도 반납한 채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서 밤을 지샜고, 라고 쓰면 좋은데 밤까지는 있지 않았다고 하고, 정지혜 기자도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러 떠난 먼 길의 부산행 KTX에 함께 몸을 실어 밤새 영화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영진위를 성토했다, 고 쓰면 좋은데 역시 숙박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기자의 후속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다른 기자들의 1년도 얘기해야겠다. 이화정 팀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섭외력을 발휘하여 <무한도전> 독점 현장 취재부터 여러 독점 커버 인터뷰를 따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고, 모 IPTV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장영엽 팀장도 칸국제영화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해외영화 리포트에 관한 한 왕성한 취재력을 보여줬는데, 연말에 마음대로 휴가를 쓴 것이 큰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이주현 기자도 담당을 맡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부터 독립영화 진영의 디테일한 소식까지 촉수를 들이댔는데, 역시 연말에 마음대로 휴가를 쓴 것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농담이고, 연말까지 제때 휴가를 챙기지 못한 두 기자에게 강제적으로 휴가를 쓰게 했다. 개인적으로 송경원 기자는 당대 가장 사려깊고 예리한 영화평을 써내는 평론가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각종 잼 제조 등 요리 실력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연말에도 사비를 털어 기자들에게 자체 제작한 생강꿀청을 돌렸다. <씨네21>의 알파고이자 원고 자판기인 윤혜지 기자는 최근 자신의 독감이 동료들에게 옮을까봐 긴 시간 몰래 ‘혼밥’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무실이 눈물바다를 이루게 했고, 이예지 기자는 #영화계_내_성폭력 대담 취재와 제보 접수, 섭외 등으로 올 한해 몸이 열개라면 충분한 일을 무사히 해냈다. 느닷없이 웬 공치사냐고 물으신다면, 따로 망년회라도 해야 이런 말을 하겠는데 다들 바쁘게 취재를 다니다보니 올해는 다 모이는 회식 자리도 제때 마련하지 못해서다.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스케줄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아이디어도 더해준 손홍주, 오계옥, 최성열, 백종헌 사진기자, 언제나 잡지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고 계신 김혜리, 이다혜기자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말이 나온 김에, #영화계_내_성폭력 대담이 어느덧 아홉 번째에 이르렀다. 하다 보니 계속 하게 됐고 4명 대담 형식을 쭉 가져가다 보니 섭외는 갈수록 힘들어졌다. 주로 받았던 피드백은 남성 감독과 스탭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에 (섭외 가능성 있어 보이는 영화인들에게 연락을 해도) ‘5명 중 1명꼴로 섭외에 응했다’고 얘기한 적 있는데, 남성 영화인들의 경우 역시 섭외 가능성 있어 보이는 영화인들에게 연락을 해도 ‘10명 중 1명꼴로 섭외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4명 대담이라는 포맷에 맞춰 스케줄 조정까지 해야 한다고 보면 대담을 꾸리는 것이 평소보다 2배가 아니라 5배, 10배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도 계속 남성 영화인들의 참여를 독촉할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계속 더 많은 여성 영화인들과 만나게 된 장점도 있다. ‘대단한 여성 영화인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어요’라는 독자엽서에 꽂혔던 것도 그래서다. 최대한 그들을 더 많이 지면에 노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싶었다. 아무튼 더 분발 하라는 얘기로 새겨 들을 생각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