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힙합을 논할 때 폭력, 돈, 섹스, 여성 혐오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나처럼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임, 샘플링, 메타포, 진실함, 긍정적인 마인드, 구원의 힘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전자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남자와 여자의 대화처럼 서로가 보는 곳이 기묘하게 다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스토리텔링’ 역시 내가 힙합을 떠올릴 때 늘 함께 손에 쥐는 단어다. (좋은) 래퍼는 기본적으로 시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랩의 역사에는 늘 그럴듯한 이야기꾼이 있었다. 1980년대 힙합을 상징하는 스토리텔러 슬릭 릭이 대표적이지만 이 글에서 소개할 이야기꾼은 나스다. 시와 시학에 관한 프린스턴 백과사전에서는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란 사건이나 사실의 연속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중략) 시간을 배열하는 순서는 인과관계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스의 <Rewind>는 탁월한 랩 스토리텔링이다. 나스는 이 노래에서 이야기를 ‘거꾸로’ 서술한다. 집에서 한 여성과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밖에 있는 적에게 총을 쏘는 이 이야기는, 적이 총에 맞은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런 식이다. “총알은 다시 총 속으로 들어가/ 녀석의 가슴에 뚫린 구멍이 닫혀.” 영화적 상상력이 연상되기도 하고, 비디오테이프를 되감기하던 시절도 문득 떠오른다. 이 노래 속에서 스티비 원더의 노래는 ‘백 워드 마스킹’을 한 것처럼 들려오고, 전화는 끊은 다음에 받은 후 벨이 울리며,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마세요 쏘지 제발”, “있어 밖에 우리”, “받아 스트레스 요즘 나.” 보세요 들어 한번 노래 이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