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말, 노래를 부르기 위해 종로로 가는 이들이 있다. 200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게이 합창단 ‘G-Voice’(이하 지보이스)의 단원들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으로 시작한 지보이스가 정식 합창단으로 활동한 지 벌써 13년째. 2013년, 지보이스는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이동하 감독의 데뷔작 <위켄즈>(개봉 12월22일)는 이 공연의 준비부터 피날레까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위켄즈>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돼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관객상을 수상했다.

-지보이스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을 영화화까지 하게 됐다.

=전부터 지보이스 공연을 꾸준히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지보이스의 이야기를 단원들끼리만 보고 끝내는 게 아쉬웠다. 지보이스를 관두는 이들도 생겼고, 죽음으로 단원들 곁을 떠나간 이도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지보이스를 제대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단원들도 ‘아무도 하지 않는 걸 우리가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단원들 얼굴과 사생활이 공개돼야 해 내부 논의가 있었을 텐데.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지보이스는 성소수자임을 세상에 드러내고 노래하며 성소수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해왔다. 그럼에도 카메라가 계속 자신들을 찍고 있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공연만 해도 되는데 왜 굳이 얼굴을 공개해야 하느냐’ 등을 놓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간담회를 할 때마다 늘 울음바다였고. (웃음) 그러던 끝에 형들이 먼저 나서줬고, 동생들도 하나둘 함께했다. 2012년에 시작한 촬영이 2016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얼굴 공개를 할 수 없다던 친구들도 ‘괜찮을 것 같다’며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뭉클한 순간이었다.

-영화는 공연 연습 과정뿐 아니라 단원 개개인의 사연과 쌍용자동차 투쟁 현장을 비롯해 지보이스가 찾아갔던 연대의 현장들도 담았다.

=10주년 공연 위주로 찍으려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왜 지보이스를 하나, 어째서 사람들이 지보이스를 봐야 하나’로 가닥을 잡았다. 지보이스는 13년간 활동해오면서 자연스레 여러 현장을 찾아가게 됐다. 특히 쌍용자동차 투쟁단과 합동공연을 할 땐 울컥하더라. 지보이스 곁에 친구들이 많아졌다.

-노래 부르는 신을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지보이스가 작사, 작곡한 노래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노래들만 제대로 전달해도 노랫말 안에 녹아 있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테고 그럼 이들이 왜 아파하는지, 한국에서 게이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시도해본 면도 있다.

-친구사이와 <위로공단> <비념> 등을 제작한 반달이 공동 제작했다. 반달의 김민경 프로듀서가 합류했는데.

=영화화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럼 누가 찍을 것이냐’가 문제였다. 당시 친구사이의 대표였던 광수 형(김조광수 감독)이 ‘너밖에 없다’며 연출 제안을 해주셨다. 되게 기분 좋았다. 오래전부터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혼자 찍기 시작했는데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도 부족해서 안 되겠더라. 광수 형이 김민경 프로듀서를 소개해줬다. ‘이분이라면 내가 흔들려도 잡아주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모든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을 존경하게 됐다.

-다음 작품, 구상해봤나.

=성소수자 가족의 이야기로 극영화를 만들고 싶다. 자살한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서점에 가서 시나리오 쓰는 법과 관련된 책부터 사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