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부근에 강진이 발생한다. 미키(호리 나쓰코)와 사부(나카에 쓰바사) 부부는 부엌 한쪽에 몸을 낮추고 앉아 진동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진동이 멈추자 부부는 바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현관문을 연다. “괜찮겠지?” “지진에 안전하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부부가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은 어쩐지 불길해 보이는 원자력발전소다. 잠시 뒤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이 부부의 집 문을 두드린다. 원전 근처 5km 이내 지역 거주민들에게 퇴거 명령이 내려졌고, 부부의 집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무장한 이들은 핵발전소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부부는 짐을 꾸려 도쿄로 향한다. 미키는 현재 임신 중이다. 부부는 싼 방을 구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한밤중에 미키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정체를 밝히지 않은 남자는 방사능에 노출된 임신부를 대상으로 낙태시술을 지원해준다며 미키에게 낙태를 권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최근 경주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과 그 근방의 원전 가동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한국의 상황과 맞닿은 이야기다. “전기를 마음대로 쓴 죗값이야.” “우리가 만든 괴물이니까 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돼” 같은 직설적인 대사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가 모두의 공동 책임임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닥친 고통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몇 가지 대답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는 무모하고 허무맹랑한 해결책에 가깝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그 대답을 생각해보게 한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각본·촬영·편집·녹음 등을 도맡으며 1인 제작한 이 작품은 야외 신에서 따로 붐마이크를 쓰지 않아 두 인물간 음량이 고르지 않는 등 제작의 열악함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기 역시 전기제품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현장의 열악함을 그대로 노출하는 지금의 방식이 오히려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고발하는 형식으로는 꽤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