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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타고난 설계자처럼 - <마스터> 김우빈

“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김우빈이 연기하는 박장군은 <마스터>의 브레인이다. 어떻게 하면 수억, 수조원의 돈을 자기 주머니로 빼돌릴 수 있을까만 궁리하며 산다. 장군은 진현필(이병헌)이 운영 중인 원네트워크의 전산실장 직함을 달고 그의 돈세탁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매번 딴주머니를 차려는 못난 습관 탓에 자신의 앞날을 수렁으로 밀어넣는 어리숙한(?) 구석도 있다. 장군이 진현필의 수조원대 비자금 중 “소박하게 500억원만” 가로챌 것을 궁리하며 친구 경남(조현철)과 또 다른 작당을 벌인 덕분에 장군은 진현필과 “그 윗대가리들”을 소탕하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비밀의 ‘말’이 되고 만다. “그렇게 순진한 건 장군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웃음) 일할 때 지능적이고 계산적이라고 해서 실생활에서까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천재인 듯하면서 허당인, 현실에 있을 법한 바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평소엔 잔뜩 풀어져 있다가도 할 일을 해야 할 땐 제대로 해낸다. 참고? 그런 건 없었다. 뭔가 보고 나면 머릿속에 남아서 나도 모르게 그걸 따라하려 하더라. 그래서 참고는 필요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장군이를 제일 많이 생각할 사람은 나니까.”

<기술자들>(2014)에서도 김우빈은 ‘머리 좋은 설계자’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민첩하고 눈치가 빠른 데다 머리 굴리는 데 도가 튼 캐릭터란 건 비슷하지만 <마스터>의 장군은 보다 평범하다. <기술자들>에서 요령좋게 써먹었던 그의 외모적 장점들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진현필의 브레인 노릇을 하고 있던 잠깐을 제외하면 대부분 장군은 주위에 흔한, 보통의 청년으로 보인다. 머릿속으로는 수억원대의 비자금 횡령 생각뿐이지만 그의 현실은 고시원이요, 옷이라고는 매일 똑같은 후드 짚업에 늘어진 티셔츠다. 친구 경남과 투닥거리며 횡령을 모의하지만 이곳저곳에 덜미가 잡혀 장기판의 말 노릇이나 하는 게 다다. 그러던 장군이 영화 말미에 가 제법 제 몫을 해내는 양을 본다면 관객은 생각지 못한 쾌감과 기특함마저 느끼게 될 거다.

“시나리오를 보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해” 바로 출연을 결정한 작품인 만큼 <마스터>의 “의외의 최대 수혜자”는 김우빈이다. “읽자마자 너무 신이 나는 거다. 이병헌, 강동원 선배가 캐스팅됐단 얘길 듣고 내가 언제 또 이런 분들과 한 영화에 담길 수 있겠나 상상하니 마냥 신났다. 게다가 전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모자지간으로 나왔던 진경 선배와도 또 같이 일하게 돼 즐거웠다.” 경력 많은 선배들과 연기하니 또래 배우와 연기할 때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던 김우빈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젊음’이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력이 오래지 않은 배우의 생기와 쾌활함에 더 가까운 의미다. 김우빈이 전작 드라마들 안에서 꾸준히 밀었던 고유의 대사톤과 캐릭터는 그를 경력에 비해 상당히 노련한 배우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한 ‘긍정적인 착각’은 한편으로는 김우빈의 이미지를 지나칠 정도로 익숙하게 만들 뻔한 구석도 있었다. 그런 그가 <마스터>에서 처음으로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니 새삼스레 김우빈만의 생기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마스터>는 김우빈이 20대 배우로서의 신선함과 규모가 큰 상업영화 안에서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균형 있게 선보일 작품이다.

이후의 행보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 올해 한 작품은 이경희 작가의 정통 멜로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한편뿐이다. “사전제작 작품이라 촬영을 길게 한 탓에 과작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 정작 드라마를 마치자마자 이틀 뒤부터 바로 <마스터> 테스트 촬영을 시작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신중해지고 싶다. 실제로 놀지도 않았고. 내년이면 29살인데 올 한해 열심히 보낸 만큼 내년도 즐겁고 알차게 보내고 싶다. (웃음) 다만 학창 시절에 처음 영화란 걸 보고 울게 만든 <행복을 찾아서>(2006) 같은,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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