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인인 피어스 콘란은 한국영화에 관한 한 폭넓은 활약을 선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KoBiz> 웹진 기자이며 트위치필름(Twitchfilm), 아리랑국제방송 등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방송하고 있다. 스위스 프리부르영화제의 컨설턴트 활동도 병행 중이며, 투엠알필름의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3년 한국에 온 후 3년 반 동안,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찬찬히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한국에 오긴 했는데, 이제는 내가 생각해도 정확히 내 직업을 말하기가 어렵다. (웃음)”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잇프로젝트로 선정된 이상우 감독의 신작 <식인 할멈>을 통해 그는 시나리오작가로도 영역을 넓혔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피어스 콘란은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영화와 불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의료 관련 회사에 다니다 그 길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한다. 한국영화와 만난 건 우연이었다고. “12년 전이었다. 일본영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보게 됐다. 그렇게 강렬한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독특한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싶었다. 그때부터 <박하사탕> <섬> 같은 한국영화를 닥치는 대로 섭취했다. 단시간 안에 소화했다는 말이 맞을 거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비평을 쓰고, 한국영화 팬블로그 ‘Modern Korean Cinema’를 운영하여 전문성을 키우며,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전문 영화 저널리스트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에 온 건 이탈리아의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한국영화통으로 활약하고 있는 미국인 저널리스트 달시 파켓의 제안을 받고서였다. 아직은 자신을 한국영화계에서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한국영화를 속속들이 이해하기에는 한국어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언젠가 내가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가지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치찌개와 비치 보이스

<KoBiz> 웹진 매달 마감, <뉴스위크>는 2주에 한번, 또 매일 쓰는 데일리 뉴스와 매주 월요일의 박스오피스까지 피어스 콘란은 늘 마감에 쫓긴다. 이태원에 사는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소박하다. “김치찌개를 아주 좋아한다.” 글쓰는 데, 작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들을 물어보자 비치 보이스를 꼽는다. “비치 보이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브라이언 윌슨은 20세기 작곡가 중 가장 훌륭한 작곡가다. 마감 때, 일할 때 비치 보이스의 음악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