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캐럴이 좋은 뮤지션들이 있다. 토니 베넷이 그렇고 마이클 부블레가 그렇다. 펜타토닉스도 그중 하나다. 평소 앨범도 좋지만 캐럴은 특히 좋다. 인터넷에선 ‘캐럴 장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발표된 《A Pentatonix Christmas》도 수준급이다. 아카펠라 그룹 특유의 겹겹이 쌓인 보컬 하모니가 따뜻하고 아름답다. 악기 소리를 재현하는 개인기는 언제 들어도 신기하고, 경쾌한 곡부터 애틋한 곡까지 두루 잘 소화했다. 완성도는 차트로도 증명됐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다. 캐럴 앨범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어떤 이들은 캐럴은 깨끗하고 청아하게 불러야 한다며 단아한 고전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펜타토닉스는 그렇지 않다. 다소 ‘워우워’거리는 한이 있어도 보컬 기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차진 비트를 강조하거나 저음역을 도드라지게 키워 댄스 성향을 띠기도 한다. 가곡이나 동요 같은 정화의 기운, 토니 베넷처럼 편하게 부르는 캐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일보다 중요한 건 완성도다. 이 정도 완성도면 취향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하다. 그만큼 보편적 대중성이 뛰어나다.
한곡만 꼽으라면 <O Come, All Ye Faithful>을 추천한다. 따뜻한 보컬 하모니뿐만 아니라 댄스 그루브를 강조한 독특한 캐럴을 만날 수 있다. 맨해튼 트랜스퍼와 콜라보한 <White Christmas>에선 좀더 재즈적인 편곡을 만끽할 수 있다. 레너드 코언의 고전을 다시 부른 <Hallelujah>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