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를 했다고 한다. 고 육영수 여사의 머리 모양을 본뜨기 위해 핀을 찔러가며 한땀한땀 장인의 솜씨로 머리를 올렸다고 한다. 그 시간 진도 앞바다에서는 304명의 목숨을 실은 세월호가 무참하게 가라앉고 있었는데, 태연히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민방위 복장에 맞춰 올림머리를 일부러 부스스하게. 전원 구조 뉴스가 오보였고,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차분히 앉아 머리를 빗질하는 이 그로테스크한 풍경. 대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고 최진혁군의 어머니는 “너 미쳤구나”라며 울었다고 한다. “그 머리 다 쥐어뜯어버리고 싶다”며 목을 놓고 울었다고 한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군들 그 머리 쥐어뜯고 싶지 않겠는가. 자그마치 304개의 소중한 우주가 물속에 수장되던 참극의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여성의 사생활’ 운운하며 뻔뻔하게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어떻게 그 순간이 사적인 시간인가. 근무시간이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불가역의 공적 시간이다. 9·11 테러가 났을 때 초등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조지 부시는 ‘7분’ 동안 멍하게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적 지탄에 시달려야 했다. 그 짧은 7분마저도 그렇게 공적 책임의 무게를 지닌 막중한 시간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던 아베 총리는 ‘17분’ 만에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현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대피하라고 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머리가 아무리 떡이 졌든, 얼굴이 더럽든, 긴박하게 뛰쳐나와 구조를 지휘하고 유족들과 함께 바다에서 기도를 올려야 했던 필사의 시간이었다.
그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태연히 머리를 빗질하고 있었다. 7시간 중 나머지 행적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세월호 당일인 수요일엔 평소에도 일을 하지 않고 온갖 미용용품과 마약류 의약품들로 가득 찬 비밀의 관저에서 놀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조차 일주일에 한두번밖에 대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월호 7시간은 그렇게 국민들이 위임한 ‘대통령의 시간’을 사유화한 국정 농단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등 비선세력들과 헌정을 파괴했던 그 ‘권력 사유화’ 과정의 가장 중요한 증거인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이 탄핵안에서 세월호 7시간 항목을 빼자고 조르는 것도, 그동안 새누리당이 여기에 필사적이었던 것도, 그들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을 사유화했던 박근혜, 그리고 그걸 비밀에 부친 채 이득을 꾀했던 부역자들의 안간힘인 것이다. 국민들이 죽어가는데 머리 빗는 대통령, 도대체 이 끔찍한 풍경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 추악한 나라를 다시 개조하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7시간은 낱낱이 파헤쳐져야 한다. 세월호 당시 박근혜를 진작에 끌어내지 못했던 우리 살아남은 공범들의 죄를 덜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