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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저씨 탐구생활
이다혜 2016-12-12

<아저씨 도감> 나카무라 루미 지음 / 윌북 펴냄

<아저씨 도감>은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카무라 루미가 그리고 쓴 일본 아저씨 관찰의 결과물이다. 일본 아마존 코믹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은 직업이나 취미, 외모에 따른 아저씨 분류법을 보여준다. 그냥 중년 남성이면 다 아저씨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아저씨’로 통칭되는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외모와 분위기, 행동양식을 보여주는지를 그림과 글로 보여준다. 알고 있는 아저씨의 특징을 떠올리며 책을 보면 무릎을 치게 되는 대목이 많은데, 예를 들면 ‘예술가 아저씨’는 디자인 계통과 순수예술 계통+페스티벌 계통으로 나뉜다. ‘기발한 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바지를 접어 올려서 양말을 슬쩍슬쩍 내보이며 맵시를 뽐내는 아저씨’는 그림을 보면 내가 아는 디자인 사무실 남자 대표님들 룩이고, ‘딱 달라붙는 타이츠도 그렇고, 온몸이 하이패션 브랜드 같지만 뭐라 말하기 힘들다’는 일단 아저씨 일러스트레이터 중에 꽤 많이 본 모습이다. 아저씨와 아줌마의 차이를 쓴 부분도 있다. “아줌마는 서너명이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아저씨는 두명이 마음 편한 듯”이라고.

옷입는 문화가 한국과 일본간에 차이가 있으므로, 모든 면에서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일본에는 ‘알로하 셔츠’라는 카테고리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자의 경우도, 한국에서는 청년이나 노년에서나 애용된다. 응? 그런데 이 책 말미의 ‘아저씨 인터뷰’를 보니 55살부터 72살까지의 남성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아저씨라는 말이 40대부터 적용되어, 60대면 할아버지에 속한다는 나의 생각은 100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온몸이 갈색인 아저씨’라니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상하의 모두 갈색 계통의 옷을 입은 아저씨를 뜻하는데, 설명이 이렇다. “가을 풍경을 만들어내는 숨은 조력자. 갈색은 아저씨들에게 잘 어울린다. 경치에 지나치게 잘 녹아들어서 아저씨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토록 갈색을 잘 소화하는 사람은 수수한 얼굴의 아저씨뿐이다.”(참고로 ‘온몸이 하얀 아저씨’와 ‘온몸이 베이지색인 아저씨’도 있다.) 권말에 노숙자 아저씨들을 만나 인터뷰한 짧은 르포가 실려 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용직 노동자 아저씨들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 들었지만, 여기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옛날부터 일단 7만엔짜리 일은 있었는데,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3분에 3만엔, 굳은 각오로 갈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합니다’ 따위의 일이 나온다고 한다. 내일 먹을 밥값도 없는 이들 중에는 가는 사람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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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탐구생활 <아저씨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