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미니에로 감독이 신작 <종교는 더이상 없다>(Non c’ pi religione)를 들고 돌아왔다. 루카 미니에로는 이탈리아에서 ‘돈을 찍어내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전작 <남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그 속편 <북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두편으로 개봉연도인 2010년과 2012년 이탈리아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600억유로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루카 미니에로 감독은 해학과 풍자에 능하다. 그래서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라 해도 그의 연출을 거치면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으로 변모한다. 그는 전작을 통해 이탈리아의 다인종 사회 속에서 빚어지는 문화 충돌, 남부와 북부 지방간의 경제적 차이로 빚어지는 대립, 청소년 갈등, 저출산 등 이탈리아 사회문제에 관심을 뒀다. 그의 새 영화 <종교는 더이상 없다> 역시 문화적 갈등으로 빚어지는 차별과 편견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 포르토 부요를 배경으로 한다. 새로 부임한 시장은 살아 있는 ‘프레세페’(크리스마스 장식물로, 예수 탄생 당시의 상황을 조각이나 인형 등으로 재현하는 것)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문제는 살아 있는 프레세페이기 때문에 아기 예수, 요셉과 마리아 등의 역할을 사람들이 직접 맡아야 하는데, 아기 예수 역의 아이가 너무 커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를 찾아나서지만 출산율이 낮은 섬에선 이탈리아 아이를 찾을 수 없다. 시장은 섬에 사는 튀니지 가족의 아이에 주목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의 편견에 상처를 입었던 튀니지인들은 협조를 거부한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탈리아인과 수녀가 상황 중재에 나서지만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누구도 들추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한 사건이 드러난다. 이탈리아 사회에 만연한 편견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 영화는 올 연말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