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여기는 변화가 없어.”
편의점을 생활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나는 저 한마디로 요약될 안도와 환멸을 동시에 느낀다. 분명 신제품이 꾸준히 나온다. 가끔은 간판이 바뀌고 인테리어가 바뀐다. 편의점별로 도시락 메뉴가 다르다. 그런데도 정말이지 모든 편의점은 편의점이다.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은 십년 넘게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느새 서른여섯살. 애초에 남들 눈에 번듯한 직장을 구할 생각은 한 적 없다. 연애는 해본 적 없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 때면 건강상의 이유로 더한 일은 할 수 없다고 둘러댄다. 여동생과 친구들은 다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의 시선을 보낼 때마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한다.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서 삭제된다”는 독백은 아프게 들려야 하는 것 같지만, 왜 이대로는 안 되느냐는 반문을 하고 싶어지는 성질의 것이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 후에도 정규직을 구하지 않고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하며 소설을 써왔다. <편의점 인간>에 녹아 있는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그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더운 날에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야 하는 생수와 보리차, 광고판이 부착된 매대에 있어야 하는 기간 한정 상품인 초콜릿. 할인 상품의 진열 역시 신경써야 한다. 프로페셔널한 자세임이 분명한데도, 그곳이 편의점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진짜 삶을 가지라고 지적한다. <편의점 인간>의 후반부에서는 보통 사람의 무리에서 인정받아볼까 싶어진 주인공이 새로운 관계를 시도한다. ‘자리를 잡으려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자 주변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참견하고, 설령 그 관계가 이상해 보여도 자기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아무와도 관계하지 않고 살아가는 상태’보다는 낫다는 데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파악 가능한 나쁨이 파악 불가능한 괜찮음보다 선호된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인의 코스프레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시늉을 하는 일 자체가 피곤하다면 대체 시늉을 요구하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어울려야 할까. <편의점 인간>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전혀 모르는 채였다.” 보통 인간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모르는 채인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그저 정상인을 연기하고 있을 뿐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