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광화문에서 먹고 자고 있다. 일주일째. 집을 나오기 전 은행에서 20만원을 찾아 아내에게 건넸다. 신용카드가 있다지만,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자잘한 현금이 늘 필요하다. 나는 우리집 현금 공급책이었다. 이 돈 다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랬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흐르고 있고, 틈나면 통화를 하면서도 잔액이 얼마인지는 묻지 않았다.
노숙의 첫날은 험악했다. 광화문 이순신상 아래 텐트를 친 이들은 여태껏 없었다. 무례한 일일까, 불법일까. 허나 민주공화정의 가치가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밀교집단과도 같은 자들에게 국정 전반이 휘둘린 초유의 사태도 여태껏 없던 일이었다. 준법과 애국을 그토록 부르대던 자들이 나라를 시궁창에 처넣지 않았나. 무례와 불법 정도가 아니라 법 위의 법, 헌법을 짓밟지 않았나. 주권자로서, 무엇보다 저들이 가장 집요하게 초토화시킨 문화예술계의 일원으로서 먼 산 보듯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만히 있기를 바랐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나와 친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텐트를 치려 하자 경찰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텐트 20동이 찢어졌고, 결국 빼앗겼다. 사지가 들린 채 끌려나오고 다시 달려들기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몸뚱아리로만 광장 돌바닥 위를 점거했다. 추운 밤은 길다, 추운 밤이 가장 길다. 간신히 담요 몇개와 침낭을 끌고 들어와 돌바닥 위에서 잠을 청하며 우리가 나눈 말은, “이만하면 행복하다”였다. 지난봄, 가혹한 노조탄압을 견딜 수 없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상경투쟁할 때 담요 한장 허용되지 않아 쓰레기봉투에 들어가 자는 걸 두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이튿날 우리는 끝내 텐트를 쳤다. 글쟁이와 그림쟁이와 사진쟁이와 춤꾼과 해고노동자가 사력을 다해 ‘이합집산’의 캠핑촌을 광장에 세웠다.
박근혜에게 묻는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치한 거짓말에 또 속을 거라 생각하는가. 당신에겐 하야도 복이다. 체포와 구속이 마땅한 당신에게 하야를 요구하니 주권자가 우스운가. 내 이름은 노숙택, 광장에서 노숙하는 사진사다. 언제 노순택으로 돌아갈지 몰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내 텐트에 적힌 문구를 읽는다. 눈이 있는가.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