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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환상의 연기 복식조 - <스플릿> 유지태와 이다윗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6-11-15

굴렸다 하면 스트라이크. 핀 하나를 놓치더라도 스페어(볼링에서 첫 번째 기회에서 남은 핀을 두 번째에 모두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스플릿>에서 유지태이다윗이 각각 연기 한 철종과 영훈은 환상의 복식조다. 일면식도 없는 둘은 한조가 되어 일생을 건 내기 볼링에 도전한다. 볼링장 레인 안팎에서 둘의 호흡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유지태는 “(이)다윗이 현장에서 소통을 참 잘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다윗 역시 “(유)지태 선배님이 카메라 안팎에서 판을 잘 깔아주셨다. 찍어야 할 장면의 90%를 준비해주신 덕분에 어떤 대사를 해도 아귀가 맞았다”고 유지태에게 공을 돌렸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챙기는 훈훈한 모습도 “술이 소통의 좋은 매개체”였다는 유지태의 말로 가까스로 정리됐다.

철종과 영훈은 아픈 과거를 가진 아웃사이더다. 철종은 한때 승승장구했던 볼링 선수였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고를 당하면서 다리를 다친 까닭에 절뚝거리는 그의 걸음걸이를 보면 <킹핀>(1996)에서 도박 볼링 시합을 하다가 왼손을 잃은 우디 해럴슨이 떠오른다. 희진(이정현)과 함께 여러 볼링장을 전전하며 내기 볼링을 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허슬러>(1961)의 떠돌이 당구 선수 폴 뉴먼이다. 시나리오에서 철종은 삐딱하게 굴고, 어둡게 묘사됐다. 하지만 유지태는 그보다 “좀더 유연한 사람으로 표현”했다. “빈틈 많고, 허허실실인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어두운 면모가 있다. 그게 현실이다. 주변에 ‘나, 어두운 사람이야’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라는 게 유지태의 설명이다. 파마며 수염이며 외양에 변화를 준 것도 그래서다.

자폐 성향을 가진 까닭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영훈은 이다윗에게 “큰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 페이지를 한장씩 넘길 때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다가 도전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뀐 건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감상했던 영화 <레전드>(2015)의 톰 하디” 덕분(?)이었다. “미친 듯이 1인2역에 몰입하는 톰 하디를 보니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려고 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텐데 두렵다고 안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기로 결심했다.” 출연을 결정한 뒤로 그는 매일같이 최국희 감독을 만나 영훈의 속을 채워나갔다. 처음에는 영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보였다”가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알 건 다 아는 친구”임을 깨닫게 됐다. 자장면 곱빼기와 오이채와 밀키스에 환장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무척 싫어하는 것도 호불호가 분명한 그의 성향 때문이다.

캐릭터의 속을 채우는 작업뿐만 아니라 볼링 실력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한 과제였다. 유지태는 약 3개월 동안 집중 연습해 애버리지를 180점까지 끌어올렸다. 볼링 폼도 다리 보조기를 차지 않았던 과거와 보조기를 차고 있는 현재,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했다. 유지태는 “프로 선발전에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가짜처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준 자세였던 철종과 달리 영훈의 볼링 폼은 “잘 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특이한 폼”이다. 촬영 전 다양한 폼으로 시도하다가 지금의 자세가 됐다. 제작진으로부터 ‘CG로 핀을 넘어뜨리면 되니 볼링공을 최대한 레인 한가운데로 보내라’는 주문을 따르기 위해 볼링공을 굴릴 때마다 “회전을 잘 넣고, 레인 한가운데에 보내는 것만 생각”했다. 유지태는 “다윗이 핀을 정확하게 맞춰서 CG 비용을 많이 절감시켰다. (일동 폭소)”고 칭찬했다.

형제처럼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두 남자를 보니 “최국희 감독을 포함해 배우, 스탭들과 촬영 끝날 때까지 궁합이 잘 맞았다”는 유지태의 말이 의례적인 멘트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일까. 두 남자의 손을 떠난 볼링공이 핀에 부딪힐 때 유독 경쾌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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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윗 스타일리스트 홍은화 실장, 김영선 팀장·헤어 진우(엔끌로에 샵)·메이크업 은지 부원장 / 유지태 스타일리스트 유현정 실장·헤어 정원 부원장(뮤지네프)·메이크업 박혜영 원장·의상협찬 돌체앤가바나, 에르메스, 발렌티노, 까르띠에, 구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