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다. 영원한 강자도 없다. 잘나가던 이도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온다. 가끔 이 진리를 절감할 때가 있다. 잘나가던 힙합 프로듀서, 잘나가던 알앤비 보컬리스트의 이름이 최신 앨범 트랙 리스트에서 점점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볼 때다. 티페인(T-Pain)도 그런 존재였다. 2000년대 중·후반의 티페인은 불사조처럼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시대도 몇년을 넘지 못했다. 이제 그의 자리는 다른 보컬리스트가 대체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티페인을 ‘오토튠’으로 기억한다. 오토튠은 원래 불안한 음정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티페인은 오토튠을 ‘올바름’의 맥락이 아니라 ‘매력’의 맥락으로 활용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보컬 곳곳에 오토튠을 입혀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낸 것이다. 그러나 오토튠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오토튠을 논외로 하더라도 훌륭한 멜로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리듬감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야생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을 나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이 노래 역시 굉장한 멜로디를 담고 있다. 사실 이 노래는 21세기를 통틀어 손꼽을 만한 나의 애청곡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말 그대로 취향저격당한 느낌이 든다, like (빈지노처럼) 칼에 찔린 듯이. 비단 멜로디뿐 아니라 휴스턴 힙합에서 시작된 ‘촙트 앤드 스크루드’(Chopped and Screwed) 기법을 남녀관계에 빗댄 곡 컨셉, 풍부한 전자음으로 가득한 사운드, 한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뮤직비디오, 루다크리스의 압도적인 랩 등 모든 게 마음에 든다. 만약 당신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면 휘성의 <Girls>도 들어보길 권한다. 세트라고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