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휘두르며 다중우주를 누비는 슈퍼히어로가 스크린에 등장했다.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어벤져스로 합류를 예고한 마블의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말한다. 원작 속 닥터 스트레인지는 방대한 세계관과 인간 신분으로는 과도한 능력치들을 보유한 인물. 하지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원작의 야심들을 근사하게 갈무리해낸다. 천재 신경외과 전문의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손을 크게 다친다. 그는 치료를 위해 히말라야의 영적 지도자,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수련을 시작한다. 스트레인지는 빠르게 마법을 터득해 나가는 동시에 세계의 작동원리와 우주를 정복하려는 도르마무 일당의 계략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술효과로 구현한 마법 같은 장면들을 ‘체험’하는 데 있다. <인셉션>이 연습문제였다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화려한 응용문제랄까. 마법사 캐릭터들은 대결이 벌어지는 공간을 비틀고 구부리며 탈주와 공격의 양상을 예측불가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이트 웨이, 투명 공간을 만들어내는 미러 디멘션 등 이름은 낯설어도 익숙한 개념들은 효과가 보장된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배우 본연의 개성과 남다른 코미디 감각을 얹어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킨다. 설교하듯 풀어놓는 초의식에 대한 메시지가 조금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마블표 코미디는 영화의 해방구 기능을 톡톡히 해낸다. 팝스타의 이름으로 능청스럽게 말장난을 하고, 비장한 순간에 맥을 놓는 코미디는 단연 마블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