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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재판 쟁점
조종국 2016-11-02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을 살펴보면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이하 이용관 전 위원장)이 편법 집행을 사전에 알고 승인했는지, 공모 여부다. 윤희찬 판사는 ‘이용관 전 위원장이 이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 리 없고, 중개수수료 지급을 묵시적으로 승인하고 직접 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양헌규 전 사무국장은 재판에서, 업체에 손실 보전을 해주겠다고 이용관 전 위원장에게 재가를 요청했으나, 이용관 전 위원장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기다려봐라’라며 확답을 하지 않아 자신이 독자적으로 집행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5천만원까지는 사무국장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된 내부 규정도 있다). 이용관 전 위원장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여러 경로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편법 집행을 하겠다고 말하는 전 사무국장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당사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이용관 전 위원장이 ‘몰랐을 리 없고,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둘째, 이용관 전 위원장이 직접 결재를 했는지 여부다. 판사는 ‘직접 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용관 전 위원장이 직접 결재했다고 진술해놓고, 법정에서 직접 결재하지 않았다고 번복한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관이 문제가 된 전자결재문서를 이용관 전 위원장에게 보여주면서 결재 여부를 물어서 ‘제가 서명한 것은 맞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당신 서명이 맞느냐는 질문에 ‘예, 제가 결재한 것이 맞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삼은 것이다. 이에 이용관 전 위원장은, 검찰 신문조서는 당시 전자결재문서에 찍혀 있는 ‘사인은 내 것이 맞다’고 대답한 것이며, 어쨌거나 결재한 것 아니냐는 수사관의 추궁에 ‘(내가 직접 결재를 하지 않았지만) 내 사인이 찍혀 있으니 결과적으로 내가 결재한 셈’이라는 취지로 대답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컴퓨터에서 마우스를 직접 클릭하거나 능동적으로 결재를 한 적은 없으나, 내 사인이 찍혀 있으니 결과적으로 결재를 한 셈’이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지난 3월24일 검찰에 나가 17시간이나 조사를 받아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진술조서를 확인하면서 뉘앙스까지 세세하게 정정하지 못한 오류라고 했다. 게다가 당시 조사에서 직접 결재하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것은 마치 사무국장 등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신경이 쓰였고,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던 때라 집행위원장이 직접 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영화제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등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줄까봐 수세적으로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용관 전 위원장은 직접 결재를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결정적인 사정이 있다. 이용관 전 위원장은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못한)다. 전자결재도 대리로 한다는 것은 영화제 내외부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용관 전 위원장은 직접 결재를 한 사실이 없다.

셋째,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위법성 여부다. 2750만원을 편법 집행한 것이 과연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범죄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검찰은 사업 파트너였던 업체에 줄 필요가 없는 돈을 줘서 조직위원회에 손해를 끼쳤으니 횡령이라고 재판에 넘겼고, 판사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공동사업을 하다가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업체에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집행이다. 통상 이런 일이 드러나면 시정조치를 하고, 업무 관련자를 자체 징계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사 고발이 있더라도 손해 회복 여부, 이해 관련자들이 처벌을 원하는지 등을 참작해서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일이 문제가 되자 돈을 받은 업체가 즉시 2750만원을 반환했고, 고발한 부산시장 이외 누구도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판사도,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한 바는 없으며, (…) 지급받은 돈을 조직위원회에 모두 반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 (…) 등을 참작한다’고 하면서 유죄로, 그것도 상당히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